100여곳 20만명 항의시위
베를루스코니 벼랑 몰려
베를루스코니 벼랑 몰려
이탈리아 정부의 교육예산 삭감에 항의하는 고등학생 20만명이 시위에 나서면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더욱 궁지로 몰리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17일 로마, 피렌체, 나폴리 등 100여곳에서 고교생들이 대거 거리 시위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 정부가 추진하는 ‘교육개혁’에 대한 산발적 반발 움직임이 이날 시위를 통해 본격적 저항으로 발전하는 모양새다.
고교생들은 로마 중심가의 의사당 앞 등지에서 정부가 시행하거나 추진하고 있는 120억달러(약 13조7000억원) 규모의 교육예산 삭감 철회를 요구했다. 일부 학생들은 로마의 명문 고교들을 점거했고, 토리노에서는 기차역이 점거돼 열차 운행이 중단되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부는 베를루스코니 총리가 재집권한 2008년부터 교육예산 대폭 삭감과 함께 교육 관련 일자리 13만개의 축소를 2013년 완수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고등교육기관들을 통폐합하고 국립대학 이사회에 외부 인사를 투입하는 등 교육 전반에 변화를 꾀하고 있다. 올해 국내총생산(GDP)의 118.5%까지 불어난 재정적자가 예산 삭감의 한 명분이다.
학생들은 그러나 이런 정책이 교육의 공공성을 파괴하고 질을 떨어뜨린다며 반발하고 있다. 공립학교 예산 삭감으로 초·중·고교에서 방과후 활동이나 특별활동이 이뤄지지 않고 있고, 숫자가 줄어든 교원들은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최근 국립대의 내년 장학금 예산이 90% 깎이기도 했다. 이런 상황이라 일부 대학에서도 학생들의 점거농성이 벌어지고 있다.
‘10대들의 반란’에 대해 마리아스텔라 젤미니 교육장관은 “시위대는 어떤 변화에도 반대하는 현상유지 세력”이라며 “우리에게는 국제적이면서 노동시장과 잘 연계할 수 있는 질 높은 교육시스템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정부가 이미 휘청이는 상태에서 고교생들까지 거리로 나온 것은 베를루스코니 정권의 몰락을 재촉한 사건으로 기록될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 각종 정책에 대한 대중적 거부감에다, 잊을 만하면 터지는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성추문에 위기의식을 느낀 각료 4명이 지난 15일 사임했다. 이탈리아 상·하원은 오는 12월14일 베를루스코니 총리에 대한 신임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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