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개발관련 금전거래·추문 등 의혹 제기
위키리크스 폭로뒤 부랴부랴 점심회동 예정
위키리크스 폭로뒤 부랴부랴 점심회동 예정
위키리크스의 미국 외교전문에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 간의 검은 거래와 부적절한 관계가 폭로된 뒤, 베를루스코니가 2일 밤(현지시각) 러시아 흑해의 휴양지 소치를 방문해 다음날 푸틴을 만난다고 영국 <가디언>이 이날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이곳에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지만 푸틴과의 점심을 겸한 이 만남은 예정에 없던 것이다. 이탈리아 <안사> 통신은 모스크바 소식통을 인용해 푸틴이 소치의 점심에 참석할 것이라고 말했으며, 이는 미 외교전문들에서 두 사람의 관계가 폭로된 지 불과 몇시간 뒤에 나온 것이라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미 외교전문들은 베를루스코니가 점점 “푸틴의 대변인이 되고 있다”고 표현하고 있다. 로마 주재 미 대사였던 로널드 스포글리는 2008년 러시아와 조지아(그루지야) 전쟁 당시 베를루스코니가 러시아 편에 선 것을 들며 “푸틴이 전해준 것 그대로 반대 목소리를 자주 냈다”고 지적했다. 또 두 사람의 ‘유별나게 긴밀한 관계’는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는 개인적인 이익뿐 아니라 러시아의 가스 파이프라인 계약 등 비밀거래에서 베를루스코니가 거액을 착복했다는 의혹에 바탕을 두고 있다고 적고 있다. 로널드 대사는 이런 의혹을 로마 주재 그루지야 대사의 말을 인용해 보고했다. <가디언>은 두 사람의 친분관계는 익히 알려진 것이지만 금전적 거래 의혹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베를루스코니는 2일 카자흐스탄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국도 내가 개인 이익이 아니라 이탈리아의 국익만을 추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며 ‘비도덕적인 거래’에 대한 혐의를 부인했다.
미 전문엔 이 밖에 지난해 이탈리아 주간지가 폭로했던 베를루스코니와 콜걸과의 대화 녹음 테이프 내용을 전하며 푸틴과 베를루스코니의 ‘친밀한’ 관계를 부각시켰다. 2008년 11월 베를루스코니와 파트리치아 다다리오라는 고급 콜걸이 로마에 있는 빌라에서 나눈 대화에선 “푸틴의 침대”라는 말이 나온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해 6월 베를루스코니와 푸틴의 이런 관계에 대해 보고받았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이런 내용들에 대해 미 국무부는 올해 지침을 보내 두 정상을 둘러싼 의혹과 관련된 주장들을 추가로 확보하라고 특별히 지시했으며 “두 사람의 개인적인 투자관계가 뭔지, 있다면 그것이 외교 경제정책들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 등을 알아보도록 했다고 이 신문은 덧붙였다.
스포글리는 2009년 1월 보낸 전문에서 ‘믿기지 않지만’이라며 이렇게 썼다. “베를루스코니는 푸틴의 야성적이고 결단력 있으며 권위주의적인 통치 스타일을 흠모한다고 하는데 그게 자신의 스타일과 일치한다고 믿고 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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