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90% 장악하고 출판사·영화관 체인·금융업체 소유
비판 사라지고 쇼·오락 넘쳐…조기총선론 등 여진 계속
비판 사라지고 쇼·오락 넘쳐…조기총선론 등 여진 계속
베를루스코니 ‘질긴 정치생명’ 어디서 나오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74) 이탈리아 총리가 14일 의회의 상하 양원 신임투표를 모두 통과하면서 최대의 정치적 고비를 가까스로 넘겼다. 끊이지 않는 부패 의혹과 성추문으로 벼랑 끝에 몰렸던 그는 곪을 대로 곪은 치부를 임시봉합하는 데 성공했지만, 이탈리아의 정국 위기와 사회적 갈등은 더욱 깊어졌다. 신임투표가 진행되던 의사당 안에선 지지파와 반대파 의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고, 의회 밖에선 수만명의 시위대가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1994년과 2001년에 이어, 2008년 사상 첫 3선 총리직에 오른 그의 끈질긴 정치적 생존능력은 어디에서 오는 걸까.
■ 미디어 장악 베를루스코니가 소유한 언론그룹 ‘메디아세트’는 민영 텔레비전 방송 3개 채널과 광고홍보회사, 다수의 위성 및 디지털 방송 채널을 거느리고 있다. 2004년 총리 재임 시절엔 자신에게 비판적이던 공영방송 <라이>(RAI)의 이사진 3분의 2를 정부·여당이 선임토록 한 가스파리법을 통과시켜 이탈리아 방송의 90%를 장악하고, 방송사업자가 점유율에 상관없이 신문사를 소유하도록 허용했다. 자신의 소유인 이탈리아 최대 출판사 아르놀도 몬다도리는 인기 뉴스잡지 <파노라마>를 발행한다. 주류 미디어가 여론조작과 홍보 수단으로 전락한 셈이다.
■ 막대한 재산 베를루스코니는 이탈리아 3위의 재력가다.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올해 그의 재산을 90억달러(약 10조3700억원)로 추산했다. 광고·홍보회사 푸블리탈리아, 영화관 체인 메두사, 보험회사 메디올라눔, 금융업체 메디오방카가 그의 것이다. 베를루스코니는 명문 축구클럽 AC밀란의 구단주이기도 하다. 이처럼 막강한 재력은 그의 거침없는 행보와 보수적 친재벌 정책에 힘을 실어주는 배경이다.
■ 선동과 포퓰리즘 베를루스코니가 매스컴을 장악하면서 이탈리아 방송에선 풍만한 여성들과 오락, 음악과 쇼가 넘쳐났다. 반면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비판적 보도는 거의 자취를 감췄다. 베를루스코니는 자신의 이혼과 잇따른 성추문을 “좌파들의 선동 탓”으로 돌렸다.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헌법재판소가 고위공직자 면책법안에 위헌 결정을 내리자 “헌재는 좌파 성향 재판관들로 가득 찬 정치집단”이라고 비난했다. 2006년엔 중도좌파 정당들을 공격하면서 “공산당들은 아기들을 삶아 논 거름으로 썼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 향후 전망은? 베를루스코니가 의회 불신임을 면하긴 했지만 그의 정치력은 집권 연정 안에서조차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다음 총선에서 그의 경쟁력에 대한 의문과 함께 집권 연정의 분열이 가속화하면서, 조기총선론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반부패 검사 출신으로 ‘이탈리아의 가치’당 대표인 안토니오 디 피에트로는 14일 “좋든 싫든 베를루스코니의 정치 이력은 끝에 다다랐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좌파 등 대안세력의 부재가 베를루스코니가 정치생명력을 유지하는 또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는 점은 이탈리아 정치의 현주소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선 집권 자유국민당의 지지율이 26.5%, 베를루스코니 개인에 대한 지지율은 35%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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