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프랑스 “더 늦기 전에 구제금융 수용하라” 압박
스페인으로 위기확산 막으려…700~800억유로 예상
스페인으로 위기확산 막으려…700~800억유로 예상
서유럽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포르투갈에 그리스와 아일랜드에 이어 구제금융 투입이 임박했다는 전망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해 세계경제를 괴롭힌 위기론의 진원지인 유로존이 또 연초부터 먹구름을 끌고 온 것이다.
<로이터> 통신은 유로존 중심국인 독일과 프랑스가 포르투갈 정부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수용할 것을 종용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로이터>는 익명의 유로존 소식통을 인용해, 공식 논의는 시작되지 않았지만 더 늦기 전에 구제금융을 신청하라는 게 독일과 프랑스의 요구라고 전했다. 다른 유럽 언론들도 포르투갈의 구제금융 대열 합류를 기정사실화하고 나섰다. 구제금융 규모는 700억~800억유로(약 116조원)가 유력하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다.
슈테펜 자이베르트 독일 총리실 대변인은 이에 “우리의 전략은 포르투갈이 구제금융을 택하도록 압박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다. 포르투갈 정부도 구제금융 신청 의사가 없다고 밝혔다. 최근 중국에도 도움을 요청한 포르투갈 정부는 1970년대에 국제통화기금의 구제금융에 따라붙은 정책 주권 제한을 부정적 유산으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포르투갈의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10일 유로존 가입 이후 최고인 7.18%까지 올라, 더 버티기 어렵다는 평가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국채 수익률 상승은 투자자들이 부도 가능성을 높게 보고 매입을 꺼린다는 뜻이다. 유럽중앙은행은 이날 포르투갈 국채를 사들이며 투자심리를 진정시키려고 시도했다.
포르투갈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유로존 17개국 전체의 2%에 못 미친다. 그런데도 주목받는 이유는 이웃나라 스페인으로의 위기 전염 가능성 때문이다. 독일·프랑스·이탈리아에 이어 유로존 4대 경제대국인 스페인은 국내총생산 규모가 그리스·아일랜드·포르투갈 3국 합계의 1.9배에 달한다. 따라서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 수용 압박은 스페인을 ‘방어’하려는 목적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런 맥락에서 포르투갈 정부가 12일 시장에 내놓을 12억5000만유로어치의 채권이 어떻게 팔릴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한편 노다 요시히코 일본 재무상은 11일 유럽재정안정기금이 아일랜드 지원을 위해 발행하는 채권을 매입해 유럽 재정위기 해결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노다 재무상은 “유럽재정안정기금의 채권을 사 아일랜드를 지원하는 게 적절하다”며 “외환보유액 가운데 유로화 일부로 관련 채권의 20% 이상을 사들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도쿄/정남구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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