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소녀 살해사건 비난 들끓자 사법부에 책임전가
판사·경찰 “대선용 희생양 찾기”…파리 등 항의시위
판사·경찰 “대선용 희생양 찾기”…파리 등 항의시위
범죄에 강력히 대응하는 이미지를 쌓아온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사법당국을 싸잡아 비난했다가 판사들의 업무 거부와 거리시위라는 부메랑을 맞고 있다.
<데페아>(dpa) 통신은 사르코지 대통령의 사법부 비난에 대해 항의하는 판사들과 경찰관들의 시위가 10일 파리, 낭트, 툴루즈, 마르세유, 보르도, 스트라스부르 등 주요 도시들에서 진행됐다고 보도했다. 가장 큰 시위가 일어난 낭트에서는 법복을 입은 판사와 변호사, 경찰관, 보호관찰관 등 2000여명이 “정의가 위험에 처했다. 단결하라”라고 쓰인 펼침막을 앞세우고 행진했다.
판사들의 집단 반발은 이번주 내내 이어졌다. 전국 법원 195곳 중 170곳이 긴급업무 외의 재판 진행을 거부해 사건 처리가 지연되고 있다. 집회·시위가 일상화된 프랑스라지만 판사들이 전국적 차원에서 업무를 거부하고 시위에 나선 것은 초유의 일이다.
대통령과 사법부가 정면으로 맞선 사태의 발단은 10대 소녀 토막살해사건이다. 낭트에서 가까운 대서양 연안 마을에서 지난주 실종된 식당 종업원(18)이 근처 웅덩이에서 사지와 머리가 분리된 채 발견됐다. 경찰은 곧 성폭행 등 15가지 범죄로 11년을 복역하고 지난해 2월 출소한 토니 멜론(33)을 납치살해 용의자로 체포했다. 잔혹한 범죄에 여론이 끓자, 사르코지 대통령은 사법당국을 비난하면서 문책을 예고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를 것 같은 사람을 풀어주면서 보호관찰관의 감시를 붙이지 않은 것은 실수”라며 “이 문제를 다뤘거나 실수를 저지른 사람은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판사와 경찰관, 보호관찰관 등은 대통령이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는 자신들의 현실도 모른 채 내년 대선을 의식해 희생양 찾기에 나섰다며 반발하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이 “우리의 의무는 이런 괴물들로부터 사회를 보호하는 것”이라며 아직은 용의자일 뿐인 멜론을 확정된 범인인 것처럼 표현한 것은 사법부 독립성을 부정하는 처사라는 반박도 나오고 있다. 치안판사노조의 니콜라 레제 사무총장은 “시민들의 정당한 분노를 선거와 선동에 이용하는 게 그의 오랜 버릇”이라고 <에이피>(AP) 통신에 말했다.
사법부 안팎에서는 습관적으로 사법부를 무시하고 독립성을 훼손하는 언행을 하는 사르코지 대통령에 대한 불만이 이번 기회에 폭발했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치안판사의 수사 지휘권을 검사에게 넘기는 ‘사법개혁’을 추진해 마찰을 빚기도 했다. 최고법원인 파기원 판사들도 “치안판사들에게 책임을 돌리는 반응과 발표에 깊은 우려를 표한다”며 불만을 표출했다.
하지만 사르코지 대통령은 이날 밤 “파업이 해법은 아니다”라며 판사들을 다시 자극했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오는 15일 이번 사건을 두고 판사들과 텔레비전 토론을 할 예정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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