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성년 성매매 의혹…여성들 사임 촉구 집회
“이탈리아는 홍등가가 아니다.”
일요일인 13일 곳곳에는 겨울비가 내렸지만, 스스로의 ‘존엄’을 지키려는 이탈리아 여성 수십만명의 발길을 붙들어 매진 못했다.
영국 <비비시>(BBC)는 “이탈리아 여성 수십만명이 로마, 밀라노, 베네치아, 나폴리 등 60여개 도시에 모여 미성년 성매매와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벼랑 끝에 몰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의 즉각 사임을 요구했다”며 “비도 용감한 여성들의 행진을 막진 못했다”고 보도했다.
이날 수도 로마의 포폴로 광장에 모인 수만명의 여성들은 “언제 목소리를 높여야 하나”라는 외침에 일제히 “지금”이라고 소리를 질렀다. 집회 참가 여성들은 “총리라고 무엇을 해도 다 괜찮은 것은 아니다”, “총리 때문에 이탈리아가 세계의 웃음거리가 되고 있다”, “무바라크(이집트 전 대통령) 다음은 베를루스코니”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날 집회는 국외로까지 이어져 파리, 마드리드, 런던은 물론 뉴욕과 도쿄 등에서도 연대집회가 열렸다.
밀라노 검찰은 최근 미성년자와 돈을 주고 성관계를 맺고, 이를 감추기 위해 직권남용을 한 혐의로 베를루스코니의 기소를 법원에 요청했다. 판사는 검찰이 제출한 증거 등을 검토하고 재판을 진행할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만약 유죄가 확정되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최장 징역 15년형을 선고받을 수 있다. 이탈리아에서 성인을 상대로 한 성매매는 죄가 아니지만 18살 이하 미성년을 상대로 하면 처벌을 받는다.
베를루스코니 총리 쪽에서는 이번 집회의 의미를 깎아내리는 데 급급한 모습을 보였다. 마리아스텔라 젤미니 교육부장관은 “거리에 나온 여성들의 수가 많지도 않고, 정치적 목적에서 모인 것”이라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회사를 경영하는 지위에 오른 여성은 전체의 7%로 다른 선진국의 30~35%에 훨씬 못 미친다”며 상대적으로 낮은 이탈리아 여성들의 지위를 이번 시위의 배경으로 꼽았다. 길윤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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