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이 통계상 위험하다고 돈 더 받으면 안돼” 판결
‘남자는 위험한 존재’라는 ‘상식’을 보험료에 반영해서는 안 된다는 유럽 최고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룩셈부르크에 있는 유럽사법재판소는 1일 성별을 이유로 한 보험료 차등은 부당하다는 판결을 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 판결로 유럽연합(EU) 역내 보험사들은 내년 12월부터 자동차보험, 생명보험, 의료보험 상품을 팔면서 남성에게 더 많은 보험료를 받을 수 없게 된다.
유럽사법재판소는 “가입자의 성별을 위험 요소에 넣는 보험 계약은 차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유럽사법재판소는 “통계적으로 남성이 사고를 많이 낸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보험료에 차등을 두는 것은 비합리적이며, 개인별 사고 이력 등 다른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한 벨기에 시민단체의 주장이 옳다고 설명했다.
이번 판결로 많은 보험상품에서 남성의 보험료는 내려가고 여성은 올라가게 된다.
영국 싱크탱크 오픈유럽은 17살 여성의 경우 자동차보험료를 10년간 4300파운드(약 786만원) 더 내야 하고, 같은 나이의 남성은 3250파운드 덜 낼 것이라는 추산을 내놨다.
반면 연금보험의 경우 퇴직 뒤 생존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아 수령액이 많은 편이던 남성들은 성 평등 원칙이 적용되면 앞으로 돈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인다.
보험사들이 교묘하게 보험료를 조정해 결국 소비자 전체로는 부담이 늘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비비안 레딩 유럽연합 사법담당 집행위원은 “성 평등이라는 기본권을 현실화시킨 중요한 진전”이라며 판결을 반겼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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