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 원자력 발전소 건설계획
외무장관 방미에 수주경쟁 프랑스·한국·일본 등 긴장
약 15조원 규모로 추정되는 폴란드 최초의 원전 건설을 놓고 프랑스, 미국 그리고 한국 일본 등이 치열한 수주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라도슬라브 시코르스키 폴란드 외무장관이 지난달 28일부터 엿새간의 미국 방문에 나서면서 경쟁국들이 긴장하고 있다.
라도슬라브 장관은 2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 대니엘 폰네만 에너지부 부장관 등과 만났다. 폴란드 쪽은 이번 방문에서 모두 250~290억달러(약 30조원 규모)에 이르는 원전과 암반추출 천연가스 발전 설비 및 기술에 미국이 투자해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폴란드는 2013년까지 협력파트너를 정해 2022년 3000㎿ 규모의 원전 1기를 가동시킨다는 목표 아래 미국, 프랑스, 일본 그리고 지난해 3월엔 한국과도 핵에너지 협력협정을 체결했다. 첫 원전 건설 예정지는 옛 소련의 지원으로 원전을 건설하다 중단된 발트해 연안 자르노비에츠 인근의 루비아토보이며, 2030년까지 또 다른 3000㎿급 2호 원전을 코판에 건설할 예정이다.
전력생산의 94%를 석탄에 의존하던 폴란드는 지나친 석탄의존에서 탈피하기 위해 옛 소련과의 협력으로 그단스크 조선소에서 북서쪽 50㎞에 위치한 자르노비에츠에 원전을 건설했으나, 체르노빌 원전사고와 소련에 대한 지나친 의존에 대한 우려 등으로 5억달러의 투자비용을 날린 채 1990년 이후 포기한 상태다. 폴란드의 새 원전계획은 인구 4천만명의 중유럽 대국으로 성장잠재력이 크다는 점 등이 유망한 투자요인으로 꼽히지만 엄청난 투자규모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미국의 민간 전략정보 분석 기업인 <스트랫포>는 2일 폴란드의 원전 수주전에서 미국과 프랑스가 우위에 있다며 프랑스 원전기업인 아레바와 국영전력회사(EDF) 그리고 미국-일본 합작의 지이(GE)-히타치, 도시바의 미국자회사인 웨스팅하우스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특히 프랑스는 폴란드에 유럽연합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프랑스와의 협력이 중요하며, 아랍에미리이트 원전 수주경쟁에서 한국에 패한 것을 계기로 정치·경제적인 인센티브를 추가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러시아와의 관계에서 폴란드의 지정학적 위치를 중시하는 미국의 경우, 폴란드 유권자들이 10월 총선을 앞두고 미국과의 협력여부를 중시하고 있다는 국내정치적 요인 등이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스트랫포>는 분석했다.
강태호 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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