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당, 기민련 텃밭서 첫 주총리
투표 전날 20만명 원전폐기 시위
투표 전날 20만명 원전폐기 시위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가 독일 선거에 큰 ‘낙진’을 떨어뜨렸다. 반핵 정서에 올라탄 녹색당이 지난 58년 동안 여당인 기독교민주연합의 아성이던 곳에서 승리해 최초로 주총리를 배출하게 된 것이다.
27일 치러진 바덴뷔르템베르크주 선거에서 녹색당은 24.2%의 득표율로 사회민주당(23.1%)에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독일에서 가장 부유한 주인 이곳에서 장기집권하던 기민련은 39%, 기민련의 연립정부 파트너인 자유민주당은 5.3%를 얻어 녹색당과 사회민주당의 합계에 뒤처졌다. 이에 따라 녹색당은 사민당과 적-녹 연정을 구성해 주총리를 배출할 예정이다.
녹색당의 결정적 승인은 막판에 분 반핵 바람이다. 지난 11일 발생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선거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한 투표자가 45%에 이르렀다. 투표 전날에는 베를린, 쾰른, 함부르크, 뮌헨에서 20여만명이 거리로 나와 즉각적인 원전 폐기를 요구했다.
기민련을 이끄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일본의 사고 직후 원전 가동시한 연장 조처를 3개월간 유보하고 이를 재검토하겠다며 발빠르게 대응했다. 지난해 독일 정부는 2021년까지 원전 17곳을 모두 폐기하겠다던 과거 사민당 정부의 정책을 뒤집고 가동시한을 평균 12년 연장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하지만 메르켈 총리의 대응은 결과적으로 먹히지 않았다. 바덴뷔르템베르크주의 녹색당 득표율은 5년 전 선거 때의 두 배로 뛰었다. 자민당 당수인 기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은 “일본의 무시무시한 사고가 가장 결정적인 쟁점이 됐다”고 말했다. 같은 날 라인란트팔츠주 선거에서도 녹색당이 2006년 선거 때보다 약진해 사민당 단독집권이 끝나고 역시 적-녹 연정이 시작될 예정이다.
한편 기민련의 헤르만 그뢰에 사무총장은 28일 “가동이 임시 중단된 원자력발전소 7곳이 영구 폐쇄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최근 전체 원전에 대한 안전점검에 들어가면서 1980년 이전에 설치된 7곳은 가동을 잠정 중단시켰다.
베를린/한주연 통신원 juyeon@gmx.d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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