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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국 정부-정유사 ‘이라크전 석유이권 논의’ 들통

등록 2011-04-19 20:19

‘인디펜던트’ 정부-비피-셸 회동 담긴 면담록 폭로
비피 “이라크는 장기적 안목에서 무엇보다 중요”
정부 “후세인 이후에 공평한 몫 얻도록 노력해야”
더러운 전쟁의 불편한 진실

이라크 침공 전부터 석유 쟁탈전에 나서려 한다는 비난에 시달린 토니 블레어 당시 영국 총리는 “터무니없는 음모론”에 넌더리가 난다는 반응을 보였다. 침공 한달여 전인 2003년 2월에 그는 “석유가 문제라면 내일이라도 사담 후세인과 계약을 맺으면 된다”며 “석유가 아니라 (대량파괴) 무기가 문제”라고 주장했다. 영국 정부와 공모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은 석유 업체 비피(BP)는 개전 8일 전 “우리는 이라크에 전략적 이해가 없다”고 밝혔고, 셸은 “이라크와 관련해 정부와 어떤 논의도 하지 않았다”며 오리발을 내밀었다.

하지만 <인디펜던트>는 이라크전 개전으로부터 8년여가 흐른 19일, 이들이 새빨간 거짓말을 했던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정보자유법에 따라 공개된 정부 문서들에서 석유업체들과 관리들이 이라크 석유를 논의하며 얼마나 군침을 흘렸는지가 확인된 것이다.

석유 이권 감시 활동가인 그레그 무팃이 입수한 면담록을 보면, 전쟁이 시간문제로 여겨지던 2002년 말 영국 정부와 석유업체들은 5차례 회동해 석유 이권 확보 문제를 긴밀히 협의했다. 당시 무역장관 엘리자베스 시먼스는 비피 간부를 만나 “영국이 미국 정부의 유력한 지지자인데도 영국 업체들이 이라크에서 손해를 본다면 온당하지 않다”며 “미국 정부에 로비를 해 비피도 참여하게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이라크에 전략적 이해가 없다고 주장했던 비피는 영국 정부와의 회동에서는 “(이라크는) 장기적 안목에서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실토했다.

셸도 못지않게 안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당시 외무부 중동국장 에드워드 채플린은 석유업체 인사들을 만난 뒤 “셸과 비피는 장기적 미래를 위해 이라크에 이해관계를 갖지 않을 수 없으며, 우리는 사담 후세인 이후 영국 업체들이 (영국 정부의) 행동에 대한 공평한 몫을 얻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기록했다.

결국 두 업체는 중동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에 이어 세번째 석유 매장량을 자랑하는 이라크에서 큰 개발권을 따냈다. 비피는 2009년 중국석유천연가스공사와 함께 이라크 정부로부터 최대 유전인 루마일라에서 20년짜리 개발권을 얻었는데, <인디펜던트>는 이익이 연간 4억3000만파운드(7630억원)라고 추산했다. 셸 쪽도 대형 유전인 서쿠르나에서 개발권 2개를 확보했다.

무팃은 “이라크 석유에 관심이 없다던 정부의 장황한 설명이 거짓이었음이 폭로됐다”며 “석유가 영국 정부의 가장 중요한 전략적 고려 대상이었고, 정부가 업체들과 은밀해 결탁해 큰 전리품에 접근하게 해줬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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