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 총리, 브라운 IMF총재 하마평 오르자
“전 총리, 재정적자 문제 못 다뤄” 직격탄
“전 총리, 재정적자 문제 못 다뤄” 직격탄
지난해 고든 브라운 전 영국 총리에게 선거 패배를 안겨준 데이비드 캐머런(사진) 현 총리가 ‘브라운은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로도 부적격자’라면서 부관참시를 떠올리게 하는 발언을 했다. 아무리 정적이었다지만 구직 노력에까지 재를 뿌리는 발언에 너무하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캐머런 총리는 19일 <비비시>(BBC) 방송 인터뷰에서 브라운 전 총리가 국제통화기금 총재 후보로 거론되는 것에 대한 질문에 “이 문제를 많이 생각해보지는 않았다”며 운을 뗐다. 하지만 곧 “우리가 부채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게 자명한데도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는 아마 세계 각국의 부채와 재정적자 문제를 다루는 데 가장 적합한 사람은 못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브라운 전 총리에게 재정적자 확대 책임을 물으면서 부적격자로 몰아세운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이제 다른 지역에서 후보를 찾을 때가 됐다”며 아예 유럽 밖에서 총재를 물색하자고 제안했다.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양대 국제 금융기구 중 국제통화기금은 전통적으로 유럽 출신이, 세계은행은 미국인이 이끌어왔다. 국제통화기금 총재 자리는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총재가 내년 프랑스 대선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올해 여름께 물러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하마평의 소재가 돼왔다.
영국 역사상 연속 재임으로는 최장인 10년 2개월간 재무장관을 지낸 브라운 전 총리는 최근 국제회의에서 금융개혁을 주창하며 이 자리에 대한 욕심을 내비쳐왔다. 경쟁자로는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은행 총재와 크리스틴 라가르드 프랑스 재무장관 등이 거론된다. 그러나 캐머런 총리의 발언으로 볼 때 영국 정부의 추천과 지원을 기대하기는 어려워 꿈을 접어야할 판이다.
큰 국제기구 수장에 영국인이 없는 상황에서 나온 캐머런 총리의 발언이 못마땅하다는 말이 영국 내에서 나오고 있다. 데이비드 블랜치플라워 전 잉글랜드은행 통화정책위원은 “지난 50년 간 영국 총리가 한 것 중 가장 보복적이고 옹졸한 발언”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브라운 전 총리가 속한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당수는 “브라운은 훌륭한 자격을 갖췄다”고 반박했다.
브라운 전 총리는 직접적 반응은 내놓지 않았다. 그는 대신 이날 에딘버러대 강연에서 “난 세계은행과 국제통화기금, 유엔을 개혁하고 싶다”고 말해 국제기구에 대한 관심을 다시 드러냈다. 또 자신이 주요 20개국(G20)의 금융위기 대응을 주도했다고 강조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