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연구팀 ‘사이언스’ 발표 “발병 가축만 살처분하면 돼”
증상 보이기전 전염성 없어…전염 기간도 1.7일 정도일뿐
증상 보이기전 전염성 없어…전염 기간도 1.7일 정도일뿐
구제역 확산을 예방하기 위해 가축들을 대량 살처분할 필요는 없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에든버러대학과 서리동물보건연구소의 연구팀은 5일(현지시각) 과학저널 <사이언스>에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소의 혈액 샘플에서 구제역 바이러스가 검출됐다 하더라도 그 소가 반드시 구제역을 옮긴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연구팀은 구제역 바이러스를 주입한 소들에 건강한 송아지들을 노출시킨 뒤 질병 감염 여부와 확산 실태를 면밀히 관찰해 이런 결과를 얻었다고 <로이터> 통신 등이 인용·보도했다.
연구팀은 구제역에 걸린 소가 전염시킬 수 있는 바이러스를 갖고 있는 기간이 지금까지 알려진 4~8일보다 훨씬 짧은 1.7일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가축들이 실제로 구제역 발병 증상을 보이기 전까지는 질병을 전염시키지도 않는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지금까지 과학자들은 구제역에 걸린 가축은 발병 증상을 보이기 수시간 내지 수일 전에라도 전염성이 있다고 믿어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는 얘기다.
연구팀은 소가 전염성을 갖기 24시간 전에 감염 여부를 진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구제역 바이러스에 감염된 소가 전염성을 갖기 전에 격리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가 있으므로 다른 소들까지 무더기로 죽일 필요가 없다는 뜻이다. 연구팀은 앞으로는 “가축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발병한 개체만 즉시 도축하는 방식만으로 구제역을 통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2001년 영국이 구제역으로 650만마리의 소와 돼지 등을 살처분한 데 대해선 “그 당시엔 조기진단 등이 가능하지 않았다”며 틀린 정책은 아니었다고 지적했다. 이번 논문도 실험실 결과라 실제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봉균 서울대 수의학 교수는 “특정한 실험조건이 전제된 연구물이어서 전문가들의 검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김현대 선임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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