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사생활 실명 공개
사법당국 “처벌 어려워”
악성루머에 대한 우려도 커
사법당국 “처벌 어려워”
악성루머에 대한 우려도 커
트위터, 언론 자유의 첨병인가 사생활 침범의 주범인가.
연예인 등 유명인들이 사생활 노출을 꺼려해 법원을 통해 보도 금지명령을 남발하는 데 반발한 한 트위터 이용자가 보도 금지명령을 받아낸 연예인 등의 실명과 관련 내용을 트위터에 공개하며 영국이 발칵 뒤집혔다. 때맞침 유럽인권재판소는 유명인의 사생활보호 강화 요청을 기각하면서 ‘언론의 자유’에 손을 들어줬다.
지난 주말 익명의 한 트위터는 영국 법원으로부터 보도 금지명령을 받은 6명의 유명인을 실명으로 공개했다. 이 트위터는 벌써 8만명 이상의 ‘팔로어’(독자)를 모으며 엄청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여기에서 이름이 공개된 사람은 작가이자 활동가인 제미마 칸, 텔레비전 리포터인 가비 로건 등을 포함해 축구선수, 요리사 등 다양하다. 칸은 직접 자신의 트위터에 “보도 금지명령을 청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논란은 더욱 가열되고 있다.
이번 트위터는 사실상 보도 금지명령을 어긴 것이지만 영국 사법당국은 트위터 본사의 서버가 미국에 있는 만큼 사용자의 신원을 알기도 힘들고 처벌하기는 더더욱 힘들다는 견해다. 구시대적인 사생활 보호법이 인터넷 시대에 제대로 작동하기는 불가능하다는 방증인 셈이다. <뉴욕 타임스>는 “트위터가 유명인들의 모든 것을 밝히는 위키리크스처럼 변했다”고 표현했다.
법정에서도 유명인들에 대한 사생활 보도는 폭넓게 용인되는 추세다. 프랑스 스트라스부르의 유럽인권재판소는 10일 포물러원(F1)의 전 회장을 지냈던 맥스 모슬리가 낸, 언론이 보도를 하기 전에 관련자에게 그 내용을 알려줘야 한다는 요청을 기각했다. 그는 2008년 타블로이드 신문에 그가 ‘나치 복장을 하고 5명의 매춘부와 파티를 벌였다’는 보도가 나온 데 반발해 이런 요청을 했다. 재판소는 “이런 요청은 언론의 심층취재를 방해할 우려가 있다”며 기각했다.
하지만 트위터 등 인터넷을 이용해 사실과 다른 루머가 퍼지는 데에 대한 우려도 여전하다. 영국 문화부 장관 제러미 헌트는 “인터넷, 특히 트위터가 사생활 보호법을 우스개거리로 만들고 있는 현실이 매우 우려된다”며 관련 제도를 정비할 뜻을 밝혔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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