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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 여왕, 100년만에 아일랜드 가다…화해 첫발

등록 2011-05-17 20:40수정 2011-05-18 21:25

엘리자베스 일행, 8500명 경호속에 방문
IRA쪽 테러 우려에 사실상 계엄상태로
아일랜드 총리 “과거 결론과 미래 메시지”
아일랜드의 상징색인 에메랄드 녹색 코트를 입은 여왕이 모습을 드러냈다. 17일 낮(현지시각) 영국이 처형한 아일랜드 독립혁명가 로저 케이스먼트의 이름을 딴 케이스먼트공항에 도착하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 내외가 역사적인 아일랜드 방문을 시작했다. 1911년 그의 할아버지 조지 5세가 방문한 이후 영국 국왕으론 꼭 100년 만이다.

여왕의 방문은 500년 동안 얽힌 양국의 갈등 현장을 지나며 시작됐다. 공식 환영행사가 이뤄진 곳은 메리 매컬리스 아일랜드 대통령의 관저인 아러스 언 우어흐터란 성. 영국 총독의 관저로, 여왕의 조상들이 아일랜드 방문 때 묵던 곳이다. 여왕은 이날 주인이 아니라 손님으로서 찾아, 아일랜드 국가를 듣고 의장대 사열을 받았다.

수도 더블린은 사실상 계엄상태로 들어갔다. 더블린 중심가 오코넬가는 봉쇄됐고, 여왕이 지나는 거리 상가는 문을 닫았다. 영국에 대한 구원이 여전한 아일랜드공화군(IRA) 진영의 테러 우려 때문이다. 8500명의 경찰과 영국 보안팀에 오는 23일 아일랜드를 방문하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경호팀까지 합세했다. 16일 밤에는 더블린 교외를 운행하는 버스에서 폭탄도 발견됐다.

엔다 케니 아일랜드 총리는 “역사적이고 상징적 방문이며, 과거에 대한 결론과 미래에 대한 메시지이다”라고 평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앞을 향한 거대한 발걸음”이라고 부연했다. 하지만 이날 더블린에서 삼엄한 경계를 뚫고 100여명의 시위대가 여왕 방문 반대시위를 벌이다가 경찰과 충돌하는 등 ‘과거’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1600년대 이후 영국 지배를 받은 아일랜드는 1840년대 감자 대기근을 겪으며 100만명이 아사하고, 100만명이 미국으로 이민을 가는 디아스포라(민족대이산)를 겪었다. 2006년 들어서야, 대기근 시절인 1841년의 인구 820만명을 회복했다. 2년간 독립전쟁 끝에 아일랜드는 1922년 아일랜드자유주로 독립을 얻고 1946년 공화국 출범으로 주권국가가 됐다. 갈등은 여전했다. 영국에 대한 구원 탓에 아일랜드는 히틀러의 죽음에 애도도 표했다. 1970년대에는 영국에 테러를 하던 아일랜드공화군 대원들에게 피신처도 제공했다. 아일랜드 독립투쟁과 북아일랜드 테러문제는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과 <아버지의 이름으로> 등 영·미 영화의 단골 주제였다.

양국의 관계는 1973년 유럽공동체(EC) 가입 이후 나아져, 1998년 아일랜드공화군 무장해제와 북아일랜드의 신구교연합정권 출범을 합의한 ‘성금요일평화조약’으로 회복됐다. 영국은 최근 경제위기에 빠진 아일랜드에 저리 차관을 제공하고, 유럽연합 회원국을 압박해 구제금융 조건을 완화시켜, 양국 관계를 더 돈독히 했다.

흰옷으로 갈아입은 여왕이 이날 오후 아일랜드 독립투쟁 때 희생자들을 기리는 ‘추모의 정원’을 찾은 것은 이번 방문의 상징적 순간이었다. 여왕의 화환이 놓인 기념비에는 아일랜드 작가 리엄 맥위스틴의 시 ‘우리는 희망을 본다’가 새겨져 있다.

“속박의 겨울 속에서도 우리는 희망을 보며, 눈처럼 쌓인 무기력을 녹인다/ …/ 희망은 현실이 되고, 겨울은 여름이 되고, 속박은 자유가 되고, 우리는 이를 당신들에게 유산으로 남긴다/ 자유의 세대가, 희망의 세대가 우리를 기억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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