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총리
밀라노·나폴리 시장선거 패배…미성년자 성관계 재판도 재개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지방선거에서 패배한데다 자신의 섹스스캔들 재판까지 재개돼, 또다시 정치위기를 겪고 있다.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자유국민당은 30일 실시된 밀라노 등 시장선거 결선투표에서 중도좌파 후보들에게 패배했다. 베를루스코니의 고향이자 정치적 거점인 북부의 밀라노 시장 선거에서 중도좌파 후보인 줄리아노 피사피아 후보는 55.10%를 얻어, 44.89%에 그친 자유국민당의 레티지아 모라티 현 시장을 눌렀다. 밀라노 시장선거에서 좌파가 승리한 것은 18년만이다. 또 이탈리아 제3의 도시인 나폴리 시장선거에서도 중도좌파 루이지 데 마지스트리스 후보는 무려 65.3%의 득표를 얻어, 34.7%에 그친 여당의 지아니 레티에리 후보에 압승을 거뒀다. 이밖에 사르디니아의 주도인 칼리아리, 북부 만토바와 트리에스테, 노바라 등에서도 중도좌파 야당 후보들이 승리를 거뒀다.
베를루스코니는 밀라노 시장선거를 자신의 인기도에 대한 시험이라고 공언하며 모라티를 위해 선거운동을 했으나 패배해 큰 정치적 타격을 받았다. 토리노와 볼로냐에서는 중도좌파 야당 후보가 이미 지난 16일 투표에서 과반 득표로 일찌감치 승리를 확정했다. 베를루스코니의 동맹세력인 북부연맹은 기존에 확보했던 15개 시장 자리 가운데 무려 14개를 잃었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패배함에 따라 베를루스코니의 자유국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이루고 있는 북부동맹에 대해 이탈 압박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선거패배에 맞춰, 미성년자와 성관계 혐의를 받고 있는 베를루스코니에 대한 재판도 31일 재개됐다. 베를루스코니는 트라이안 바세수프 루마니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문에 이 재판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과 성관계한 혐의를 받는 모로코 출신의 카리마 엘 마루그가 절도혐의로 체포되자, 압력을 행사해 석방한 직권남용 혐의도 받고 있다. 이 재판에서 그는 실형을 선고받을 수 있으나, 74살인 그는 70살 이상은 실형을 면제하는 이탈리아 법률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