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마케도니아’ 두고
그리스와 국명 분쟁 중
그리스와 국명 분쟁 중
‘알렉산더 대왕’을 두고 그리스와 마케도니아가 서로 자신의 조상이라고 맞서고 있는 가운데, 그의 모습을 본뜬 초대형 동상이 마케도니아에 세워진다. 영국 <비비시>(BBC)는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 도심 한가운데서 진행되고 있는 ‘말을 탄 전사’란 이름의 초대형 동상 건립 작업이 이번주께 끝날 것이라고 14일 보도했다.
대놓고 이름을 붙이진 않았지만, 동상은 누가 봐도 애마 부세팔루스를 탄 알렉산더 대왕의 모습이다. 이탈리아에서 주조된 채 공수돼 조립되는 이 동상은 22m(발판 10m 포함) 높이의 초대형 크기로, 건립 비용만 530만유로(83억원)에 이른다. 평균 월 임금이 440달러에 불과한 마케도니아로서는 상당한 비용 지급을 감수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마케도니아 안에선 니콜라 그루에프스키 총리가 쓸데없는 예산낭비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괜한 민족주의를 조장해 그리스와의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는 불만도 나올 정도다.
알렉산더 동상 건립은 ‘고대 마케도니아 왕국’을 둘러싼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양국 간의 역사적 정통성을 둘러싼 갈등을 보여준다. 마케도니아가 1991년 옛 유고연방에서 분리 독립을 선언하면서 국명을 마케도니아로 제정하면서, 그리스와의 마찰이 시작됐다. 이 때문에 마케도니아는 외교적으로는 ‘마케도니아 구유고슬라비아 공화국’이란 국호를 사용하기도 했다. 두 나라의 국명 분쟁은 1995년 두 나라가 수교하면서 표면적으로는 가라앉은 듯 하지만, 정통성 확보를 위한 싸움은 여전한 양상이다. 이 때문에 그리스는 마케도니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와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것을 막아왔다. 이정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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