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소유기업 1조 특혜 조항
재정감축안에 ‘슬쩍’ 집어넣어
재정감축안에 ‘슬쩍’ 집어넣어
미성년자 성매매와 부패 혐의 등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이번에는 재정감축안에 자신이 소유한 기업에 막대한 특혜를 주는 조항을 슬쩍 끼어넣었다가 들통나 또다시 곤경에 빠졌다.
5일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 등의 보도를 보면,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최근 정부가 발표한 재정감축안에 ‘법원이 기업에 내린 민사 배상의 집행을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있을 때까지 유예할 수 있다’는 조항을 슬쩍 집어넣었다. 초안에도 없었고, 연정 파트너인 북부연맹에도 알리지 않은 내용이다.
이 조항이 문제가 되는 것은 총리가 소유한 ‘핀인베스트 홀딩스’에 엄청난 특혜가 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핀인베스트는 출판기업 몬다도리 인수와 관련한 소송에서 유리한 판결을 이끌어내기 위해 판사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인정돼 2009년 라이벌 기업에 7억5000만유로(1조1498억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받은 상태다. 즉, 재정감축안이 통과됐다면 핀인베스트는 재판이 완전히 마무리될 때까지 이 배상금을 지급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보통 이탈리아에서 대법원 판결까지는 몇년이 넘게 걸린다.
100쪽이 넘는 재정감축안에 재정감축과 관련이 없는 이런 내용이 들어갔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이탈리아는 발칵 뒤집혔다. 야당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총리직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고 비난했다. 북부연맹 또한 매우 분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베를루스코니는 논란이 불거지자 이 조항을 철회한다고 밝히면서도 비난에 대해서는 “불명예스러운 과장”이라고 반박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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