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채투매 움직임도 보여
돌파구를 찾는 듯 하던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안이 다시 물거품이 될 위기에 처했다. 신용평가 회사들이 협상안에 대해 강력한 비토를 놓고, 민간 투자자들도 보유 그리스 국채를 내다 팔 움직임을 보이기 때문이다. 민간 투자자들은 고통분담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에스앤피)가 5일 민간 투자자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를 차환하자는 프랑스 쪽의 제안이 ‘선택적 디폴트’라고 쐐기를 박은 데 이어, 무디스도 비슷한 입장을 보였다.
무디스는 협상이 끝난 뒤 자신들의 기준에 따라 평가할 것이라고 밝히고는 있지만, 프랑스 쪽의 제안은 손실을 부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용평가 회사들의 이런 입장에 따라,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안 타결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 협상에서 민간 투자자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유럽중앙은행(ECB) 쪽은 그동안 신용평가 회사들이 협상안에 디폴트 평가를 내리지 않는 것을 조건으로 내걸었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도 주요 신용평가 회사들이 그리스에 디폴트 선언을 하지 않아야만 기존 그리스 국채를 담보로 잡고 추가 대출을 할 것이라는 게 유럽중앙은행의 입장이라고 보도했다.
그동안 민간 투자자들, 즉 대형 기관투자자들은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안에서 자신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의 만기연장 등을 포함한 어떠한 형식의 고통 분담도 반대해왔고, 신용평가 회사들은 이들 민간 투자자들의 입장을 지지해왔다.
그리스 추가 구제금융안에 대한 신용평가 회사들이 이런 입장을 표명하자, 민간 투자자들의 그리스 국채 투매 움직임도 일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보도했다. 향후 3년 동안 만기가 돌아오는 그리스 국채는 640억유로 상당인데, 유럽연합 쪽은 민간 투자자들이 이 국채를 만기가 더 연장된 신규 국채로 전환해줄 것을 요청하며 투매 자제를 요청해왔다.
신문은 독일의 은행들과 보험회사들이 보유한 그리스 국채 일부를 매각할 것을 시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독일의 보험회사인 알리안츠SE는 지난해 33억유로 상당의 그리스 국채를 이미 13억유로 규모로 줄였다.
6일 파리에서 국제 금융회사들의 회의가 열리지만, 회의에 관여하는 유럽의 한 정치인은 민간 투자자들이 의미있는 고통 분담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 같다고 전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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