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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프랑코 독재시대 잃어버린 아이들

등록 2011-07-08 20:54수정 2011-07-08 21:58

스페인 1950~1990년대
좌파에 정치보복 차원
조직적 유아납치 이뤄져
검찰, 849개 사건 조사중
1971년 스페인 세비야의 한 병원에서 아기를 낳은 콘셉시온 로드리고 로메로(78)는 의사로부터 “작지만 건강하고 튼튼하게 자랄 아들을 낳았다”고 축하받았다. 그러나 그 의사는 곧바로 사라졌다. 이틀 뒤 다른 의사가 추가 검진을 위해 아이를 다른 병원으로 보냈으며 거기서 아기가 죽었다고 그의 남편에게 말했다. 아기는 세비야의 산페르난도 공동묘지에 묻었다고 그 의사는 덧붙였다.

아기가 빼돌려졌을 것이라고 마음속 깊이 믿던 로드리고 로메로는, 법정에 의지해서라도 아이의 진정한 운명을 알고 싶어하는 같은 처지의 부모 수천명의 대열에 최근 합류했다.

스페인에서 프랑코 독재 시절 좌파 인사들에 대한 정치적 보복으로 그들의 유아를 납치해 매매한 사실이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프랑코 시절에 시작된 이 유아 매매는 인신매매 사업으로 발전해 조직범죄망과 결부된 의사, 간호사, 수녀까지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스페인을 충격에 몰아넣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가 6일 보도했다.

프랑코 시절의 이런 잔인한 범죄행위가 드러나게 된 것은 실종된 아이들과 부모를 찾는 사람들의 모임인 ‘아나디르’가 지난 1월 자신들의 사건을 사법당국에 청원하며 본격화됐다. 이 모임의 회장 안토니오 바로소(42)는 친구한테서 자신들이 입양됐다는 얘기를 듣고 부모와 자신의 디엔에이(DNA) 검사로 이를 확인했다. 그는 양부모한테서 수녀에게 돈을 주고 자신을 입양했다는 말을 듣고 이 사건을 추적해, 자신을 팔아넘긴 수녀와 병원 직원들을 찾아내 고소했다.

칸디도 콘데품피도 스페인 검찰총장은 지난 6월18일 849건의 사건을 조사중이며, 이 중 162건이 납치로 보이는 증거가 있어 형사사건으로 분류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조직범죄망이 이 사건에 관여했음을 시사했다. 유아 납치 매매는 1950~1990년 사이에 일어나, 1975년 사망한 프랑코 시대 이후에도 계속됐다. 프랑코 시절의 만행에 대한 조사로 국제적인 명성이 있는 발타사르 가르손 판사는 이미 2008년 프랑코가 스페인 내란 시절 자신의 적이던 공화파 지지자 부모들한테서 수천명의 아기를 빼앗도록 명령했는지 조사하기 위해 수사를 확대하는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이번 사건 피해자들은 대부분 당시 병원으로부터 죽었다는 아기의 매장을 병원이 처리하도록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 가난한 사람들이어서 자신들의 비용으로는 아기들의 사후처리를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랑코 정권 시절과 그 직후, 우리는 관리들이 말하는 것에 도전할 수 없었다. 그러나 감사하게도 지금 우리는 우리가 들었던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할 수 있는 사회에 살고 있다.” 1976년 자신의 아기를 잃어버린 마리아 루이사 푸로 로드리게스는 “쓰디쓴 교훈을 배웠다”며 “실제로 일어났던 일을 밝히기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해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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