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청 파문에 휩싸인 루퍼트 머독의 업체 뉴스코퍼레이션과의 관계 때문에 궁지에 몰린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이번 사건을 전면적으로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코퍼레이션은 심혈을 기울여온 위성방송 <스카이>(BSkyB) 인수를 포기했다.
캐머런 총리는 13일 의회 대정부 질문에서 브라이언 레베슨 판사의 지휘 아래 도청 사건에 대한 전면적 수사가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캐머런 총리는 언론사 경영자와 편집자, 정치인 등이 소환 대상이라고 밝혔다. 이런 발언으로 머독의 소환조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영국 정당들은 이날 의회가 머독을 소환해야 한다는 견해도 밝혔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보도했다.
캐머런 총리는 많게는 1만여명이 피해를 본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사건에 대해 “대폭발”이라는 표현을 쓰며 정부와 언론 관계를 재정립하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한 방편으로 언론사 간부들과 공무원의 면담을 녹음하는 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그는 도청 파문의 근원지인 <뉴스 오브 더 월드>의 편집장 출신으로 그 모회사인 뉴스인터내셔널의 최고경영자인 리베카 브룩스에 대해 “사임하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공보책임자로 일했던 <뉴스 오브 더 월드> 전 편집장 앤디 쿨슨도 거짓말을 한 게 드러나면 처벌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머런 총리는 뉴스코퍼레이션 계열 언론이 미국의 9·11 테러 희생자 쪽을 도청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를 벌이겠다고 약속했다.
영국 총리의 강경한 자세를 지켜본 뉴스코퍼레이션은 <스카이> 지분 전면 인수 계획을 철회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머독은 도청 사태로 <뉴스 오브 더 월드> 폐간에 이어 두번째로 실질적 타격을 입게 됐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의회에서 “뉴스코퍼레이션은 합병 생각은 그만두고 엉망이 된 상황부터 정리하라”며 인수 포기를 직접 종용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