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영국 일요신문 <뉴스오브 더 월드>가 휴대전화 음성메시지 해킹을 광범위하게 저질렀다고 폭로했던 이 신문사의 전직 기자 션 호어가 런던 북부 허트퍼드셔 왓퍼드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희대의 도청사건이 음모영화의 보복살인을 떠올리게 하는 미궁처럼 전개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경찰은 18일 오전 10시40분(현지 시각) 신고 전화를 받고 왓퍼드 랭글리 로드에 있는 호어의 집에 출동해 그가 숨진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은 현장 감식과 함께 주변 인물에 대한 탐문수사를 진행중이다.
호어는 경찰이 처음 해킹 사건에 대해 조사할 때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신문사가 인정한 것보다 해킹 행위가 훨씬 더 광범위하게 자행됐다고 폭로한 바 있다.
그는 또한 <비비시>의 파노라마 프로그램에 출연해 신문사에서 휴대전화 해킹이 고질적인 현상이었다고 증언했다.
호어는 특히 <뉴스 오브 더월드> 편집장을 지낸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의 공보 책임자를 맡았다가 해킹 파문이 커지면서 사임한 앤디 쿨슨이 편집장으로 재직 당시 자신에게 해킹을 지시했다는 주장을 펴왔다.
이로 인해 경찰은 지난해 10월 호어를 소환해 조사했으나 체포되지는 않았다. 쿨슨은 이러한 주장을 강력히 부인해왔다.
허트퍼드셔 경찰 대변인은 발표를 통해 “사인은 아직 불분명하지만 수상쩍은 사건으로 생각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현지 언론들은 호어가 해킹 사건이 일파 만파로 번지는데 따른 부담감으로 자살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영국에서는 유명인사들에 대한 <뉴스 오브 더월드>의 휴대전화 해킹 사실이 밝혀지면서 신문사 최고경영자 리베카 브룩스가 사퇴하고, 신문사와 유착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폴 스티븐슨 경찰청장이 물러나는 등 파문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편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신문 ‘더 선(The Sun)’의 웹사이트가 18일(현지시각) 해커집단 룰즈섹의 공격을 받았다.
이로 인해 이날 오후 웹사이트를 방문한 사람들은 머독의 시신이 그의 정원에서 발견됐다는 내용이 담긴 페이지로 자동 연결되는 해프닝이 빚어졌다. 룰즈섹은 트위터를 통해 이는 자신들이 계획한 해킹 작전 ‘머독 멜트다운 먼데이’의 일부분이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이전에도 미국 연방수사국(FBI), 미 중앙정보국(CIA) 등의 기관들을 해킹한 바 있다.
9·11 테러 희생자 가족들은 뉴스 코퍼레이션의 휴대전화 해킹 의혹을 조사하고 있는 연방수사국에 수사 진행 상황을 알려달라고 요구했다.
영국 일간 데일리미러가 보도하면서 이런 의혹이 불거지자 미 의회는 로버트뮬러 연방수사국장에 수사를 촉구했고, 이에 따라 연방수사국은 지난주 예비 조사에 들어갔다.
9·11 테러 당시 소방대원 아들을 잃은 샐리 레겐하드는 굉장히 혼란스럽다면서 다른 희생자 가족들로부터 걱정이 담긴 전화를 받고 있고 이들이 현재까지 진행된 수사 내용을 알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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