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당국, 신나치 순례지 되자 유해 발굴 뒤 화장
나치의 3인자에까지 올랐던 루돌프 헤스의 묘가 신나치의 순례지가 됐다는 이유로 제거됐다고 <비비시>(BBC) 방송이 21일 보도했다.
헤스가 묻힌 독일 남부 분지델의 공동묘지를 관리하는 현지 루터교회와 시 당국은 전날 그의 유해를 발굴한 뒤 화장했다. 유골은 곧 바다에 뿌려질 예정이다. 묘석도 제거됐다.
가족 묘역이 있는 분지델에 묻힌 헤스의 유해가 수난을 당한 것은 해마다 그의 생일(4월26일)이면 극우파 청년들이 성지순례를 하듯 묘지를 찾아오기 때문이다. 법원은 2005년 이를 금지하는 결정을 내렸지만 나치 추종자들을 막을 수 없었다. 한 주민은 “도시 전체가 마비될 정도였다”고 말했다. 헤스의 손녀는 묘를 없애려는 계획에 반대해 소송을 냈다가 주민들의 설득으로 취하했다.
아돌프 히틀러와 함께 옥살이를 하며 그가 구술한 <나의 투쟁>을 받아 적은 헤스는 나치 정권에서 승승장구해 히틀러와 헤르만 괴링에 이어 3인자 지위에 오른다. 하지만 2차대전 초기인 1941년 강화협상을 이유로 단독비행을 해 영국에 갔다가 붙잡힌 수수께끼 같은 인물이다. 헤스는 독일이 소련과의 전쟁에서 유리한 위치에 서도록 영국을 설득할 계획이었다고 밝혔지만, 히틀러는 그를 배신자로 취급하면서 발견하는 즉시 사살하라고 지시한다. 헤스는 종전 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에 넘겨져 종신형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93살이던 1987년 베를린 감옥에서 스스로 목을 매 숨졌다.
한편 히틀러의 유해는 베를린에 진주한 소련군이 거뒀다가 역시 숭배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이유로 화장해 강물에 뿌린 것으로 전해진다.
이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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