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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십자군 기사단 행세…“전지전능한 힘 가진듯 활보”

등록 2011-07-24 20:06수정 2011-07-24 22:30

‘극우 테러범’ 브레이비크는
기독교 원리주의자로 모친과 농장 경영 ‘평범한 삶’
‘템플기사단’ 칭하며 인터넷에 1500쪽 ‘선언’ 남겨
평소 컴퓨터 게임··군복 패션 ‘망상·폭력적’ 기질도
지난 22일(현지시각) 노르웨이 오슬로의 정부청사에 대한 폭탄테러 소식에, 많은 노르웨이인들과 언론은 ‘당연히’ 이슬람 무장단체 소행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알카에다가 아프가니스탄전쟁에 참여한 노르웨이를 이미 공격 대상에 포함시킨 바도 있기 때문이다.

노르웨이인들은 그런 추정이 나오는 시간에 총기 난사로 더 많은 살육을 저지른 인물이 검은 머리의 중동 사람이 아니라 노란 머리의 동포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더 충격에 빠졌다. 총리가 경호원 없이도 거리를 다닐 수 있을 정도로 평화로운 오슬로와 그 주변에서 내국인이 그런 일을 저지른다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범인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에 대한 외신들의 취재와 현지 경찰의 조사 내용은 극단주의가 이슬람만의 ‘전매특허’가 아니라는 사실을 일깨우고 있다. 기독교 원리주의로 부를 수 있는 브레이비크의 사고는 이슬람에 대한 철저한 혐오에 기반하고 있다. 그는 “이슬람은 역사적으로 3억명, 공산주의는 1억명, 나치즘은 600만~2000만명을 죽음으로 몰고갔다”고 블로그에 적기도 했다. 또 소말리아인이 노르웨이 국적을 취득한 뒤 받은 보조금을 소말리아 무장단체 알샤바브에 송금해주고 있다는 주장도 폈다. 노르웨이의 이슬람 인구 비율은 1.6%로 서유럽 평균의 절반이지만 브레이비크는 이들의 존재를 용납하기 힘들어한 것으로 보인다. 그는 범행 며칠 전 개설한 페이스북 계정에는 기독교도이면서 민족주의자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브레이비크의 증오는 그가 생각하기에 ‘다문화주의’를 조장하고 있는 집권 노동당이나 좌파 세력으로 향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사건 전날 우퇴위아섬을 방문한 그로 할렘 브룬틀란 전 총리를 노렸었다는 추정도 나오고 있다. 그는 트위터 계정에는 “신념을 가진 1명은 이익만 좇는 10만명과 맞먹는다”는 19세기 영국 철학자 존 스튜어트 밀의 말을 적으며 범행을 예고하기도 했다.

오슬로에서 태어나고 오슬로경영대를 나온 것으로 알려진 브레이비크에 대해 주변인들은 조용하고 수줍어하는 성격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2009년부터 오슬로에서 북동쪽으로 130㎞ 떨어진 아스타에서 농장을 경영하며 어머니와 살아왔다. 1999년부터 2003년까지는 오슬로에 있는 콜센터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브레이비크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신나치 추종자들의 정치 토론방에 활발하게 글을 올리며 극우적 사고를 드러내왔다. 1999~2006년에는 극우 성향 정당인 진보당에 가입하기도 했지만, 나중에는 이 당의 활동이 타협적이라고 비난했다. 극우적 정치 성향에 망상적이고 폭력적인 기질이 결합해 대형 사건으로 이어졌다는 시각도 나온다. 브레이비크는 평소 폭력적인 컴퓨터게임을 즐겼고, 군복 패션을 좋아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가 인터넷에 올린 ‘2083: 유럽 독립 선언’에는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난사 사건 범인 조승희씨처럼 총을 겨누고 촬영한 사진도 들어 있다.

노르웨이국방연구소의 테러 전문가 토마스 헤그함메르는 이번 사건의 성격에 대해 “(이슬람주의 테러 조직인) 알카에다의 반대편에서 그것을 모방하려 한 시도”라고 <뉴욕 타임스>에 말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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