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 92명 살해 브레이비크 체포
1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를 낸 노르웨이 테러의 범인이 이슬람과 좌파에 대한 극단적 혐오감에서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2차대전 이후 노르웨이에서 일어난 가장 큰 인명살상사건과 관련해 거세지는 유럽의 반이민·반이슬람 바람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신들은 지난 22일(현지시각) 오슬로와 우퇴위아섬에서 적어도 92명을 살해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2)가 범행 전 인터넷에 올린 1500쪽짜리 ‘유럽 독립 선언’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와 반이슬람주의라는 범행 동기와 계획을 밝혔다고 24일 보도했다. 브레이비크는 여기에서 “우리 자유로운 유럽 토착인들은 서유럽의 문화적 마르크스주의자들과 다문화주의자들에게 선제적 전쟁을 선언한다”며, 2009년 가을부터 “순교 작전”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또 유튜브에 올린 동영상에서는 “십자군전쟁 시작에 앞서 문화적 마르크스주의를 사살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노르웨이 경찰은 “브레이비크는 우익이면서 기독교 근본주의자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농장을 경영하는 그가 지난 5월 비료 6t을 구매해 사제폭탄 제조에 쓴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변호사를 통해 “끔찍하지만 필요한 행동이었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찰은 현장에서 체포된 브레이비크가 혼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으나 배후가 있는지 확인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총격을 가한 사람이 한명 더 있다고 주장하는 목격자들도 있다고 전했다. 브레이비크가 인터넷에 올린 글에는 2002년에 다른 유럽 국가 극우파들과 회동했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한편 이번 테러로 인한 사망자는 최대 98명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오슬로 정부청사에 대한 차량폭탄테러로 7명이 숨졌고, 집권당인 노동당의 청년캠프 행사가 열리던 우퇴위아섬에서의 총격으로 85명이 숨진 것으로 확인됐다. 사건 현장 두곳에서는 5~6명이 실종된 상태다. 부상자는 97명이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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