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방문 경비 930억원
성직자까지 비판 대열 합류
성직자까지 비판 대열 합류
세계를 휩쓸고 있는 경제난에 가톨릭 교황도 환영받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오는 18일부터 나흘간 스페인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가톨릭 국가인 스페인에선 경호 비용을 빼고도 6000만 유로(약 930억원)의 비용 부담이 예상되는 교황 방문을 못마땅해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9일 전했다. 심각한 재정위기로 초긴축정책을 펴고 있는 처지에 걸맞지 않다는 이유다. 평신도 뿐 아니라 일부 성직자들까지 ‘비판’ 대열에 합류했다.
베네딕토 16세는 마드리드에서 열리는 가톨릭 청년축제인 ‘세계청년대회’(World Youth Day)를 참관할 계획이다. 교황의 숙박과 경호는 물론이고, 100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미사 집전을 위한 초대형 무대와 대형 스크린, 수백개의 음수대, 샤워시설 등을 설치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가뜩이나 쪼들리는 마드리드 시정부와 스페인 연방정부로선 큰 부담이다.
행사 주최 쪽은 비용의 80%를 기부금으로 충당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비판자들은 “기업 스폰서들은 공공행사 기부금의 80%를 세금 환급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고 반박한다. 기업들은 기부금으로 생색만 내고, 진짜 부담은 일반 납세자들의 몫이란 얘기다.
마드리드의 빈민층 교구 신부들로 구성된 ‘성직자 포럼’도 정부가 사회지출 및 공공근로자 임금까지 삭감한 마당에 교황 방문에 따른 비용 지출은 재정 손실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포럼 원로인 에바리스토 비야르(68) 신부는 “우리는 교황 방문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 교황 방문이 진행되는 방식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지난해 9월 영국 방문 때에도 비용 문제와 유럽 각국의 성직자 성추문에 대한 미적지근한 대응이 도마에 오르면서 반대 움직임에 부닥친 적이 있다.
조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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