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지역구 연설서 “도덕적 붕괴…폭도와 전쟁” 선언
“폭동 사태 잘못된 해법” 청년실업자들 비난 봇물
“폭동 사태 잘못된 해법” 청년실업자들 비난 봇물
데이비드 캐머런(사진) 영국 총리는 15일 자신의 지역구인 옥스퍼드셔주 위트니의 청년센터에서 연설에 나섰다. 최근 영국 전역을 휩쓴 폭동에 대한 총리의 진단과 해법을 밝히는 자리였다.
그는 “영국 사회가 점진적인 ‘도덕적 붕괴’에 직면하고 있다”며 “온 나라의 거리와 재산을 파괴한 범죄적 질병인 폭도와 깡패문화에 대한 구체적이고 전면적인 전쟁”을 다짐했다. 특히 그는 “정치인들이 옳고 그름에 대해 말하기를 꺼려왔지만 ‘도덕적 중립’으론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며 “‘망가진 영국사회’(의 치유)를 정책 의제의 맨 위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로이터> 통신과 <비비시>(BBC) 등 영국 언론이 전한 이날의 풍경은 최근 사태의 중심에 있는 청년들의 극히 냉소적인 시선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캐머런 총리는 10~20대 청년들이 대다수인 청중들로부터 야유의 휘파람 소리를 들으며 입장했다가 연설을 마친 뒤에는 야유하는 닭 소리를 들으며 연설회장을 빠져나와야 했다.
청년실업자 제이크 파킨슨(17)은 <로이터> 통신에 “총리는 자기만 빼고 남들을 싸잡아 비난하지만, 빈익빈 부익부가 심하다. 나도 대학에 가고 싶지만 돈이 없다”고 말했다. 또다른 15살 청소년은 “총리는 사람들이 가족과 함께 하라고 말하지만 그럴 수 없는 사람들도 있으며, 총리는 우리의 유일한 소통 공간인 청년센터들의 문까지 닫고 있다”고 꼬집었다.
반면 주민 콜린 베일리스(74)는 “총리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며 “규율도, 가족의 정체성도 창문 밖으로 달아나버렸다. 사람들이 자기 가족과 자녀들에 대한 책임감을 키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망가진 영국’에 대한 캐머런식 해법을 놓고 이렇게 영국에선 찬반 양론이 극명하게 엇갈린다.
캐머런 총리는 이날 연설에서 가정교육 촉진, 학교 훈육 강화, 노동의 장려, 경찰 권한 강화 등 구체적 방안도 쏟아냈다. 1980년대 마거릿 대처 전 총리(보수당)가 강력한 신자유주의 정책을 추진하면서 “영국병 치유”를 외쳤던 것과도 닮았다.
법원 당국도 치안판사들에게 “폭도들에 대해 통상적인 형량을 무시하(고 엄벌하)라”는 지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행정부와 사법부가 동시에 초강수를 띄우며 ‘영국판 공안정국’을 예고한 셈이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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