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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영 `리비아판 오일게이트’ 파문

등록 2011-09-01 21:11수정 2013-01-24 09:00

정부 직속 팀꾸려 내전 개입·반군에 석유공급
석유 이권 챙기며 다국적 정유사와 거래 의혹
리비아 내전에 개입한 영국이 반군 쪽에 기름을 공급해주는 과정에서 ‘부적절한 거래’가 있었다는 의혹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영국은 리비아 내전 중 정부 직속의 ‘리비아 오일팀’을 설치해, 카다피 정부군의 원유 공급을 끊고 반군 쪽에는 정제된 디젤유와 석유를 공급해주는 ‘비밀 경제작전’을 벌여왔다. 리비아 오일팀은 앨런 덩칸 대외개발부 장관이 직접 지휘하고,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윌리엄 헤이그 외무장관이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대외정보기관인 MI-6도 대거 관여했다.

문제는 이 비밀조직이 리비아의 반군과 스위스의 다국적 정유회사 비톨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데서 불거졌다. 리비아오일팀을 지휘하는 덩칸 장관이 비톨의 컨설턴트를 지냈을 뿐 아니라 비톨의 이언 테일러 회장과도 개인적 친분이 깊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일 폭로했다. 테일러 회장은 영국 집권당인 보수당의 재정적 후원자이기도 했다.

영국이 ‘인도주의’를 명분으로 리비아 내전에 군사력을 투입하면서 비밀리에 리비아의 석유자원에 대한 이권을 챙기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각료 개인의 사적인 이해관계가 개입했다는 점에서 영국판 ‘오일 게이트’라 할 만하다. <가디언>은 영국 정부가 이 문제로 집중적인 조사를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카다피 정권은 최근 몇주간 자위야와 브레가 등 리비아의 정유시설이 집중된 중부 해안지역을 탈환하거나 파괴하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영국 총리실의 한 고위 관리는 “우리는 원유를 리비아 내전에서 가장 중요한 비살상 무기로 간주해왔다”며 “정유시설을 폭파하는 것보다 복구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쉬우며, 카다피가 물러난 이후 이를 되찾을 수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리비아 내전과 석유 자원을 둘러싼 영국 정부와 비톨의 거래 의혹은 논란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영국 정부 안에서조차 “정부가 (리비아 무력개입에서) 상업적 영역으로 너무 멀리 나가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신문은 전했다.

리비아는 품질이 뛰어난 저유황 경질유의 세계 1위 생산국이지만, 대부분의 원유를 수출하고 가공유를 수입해왔다. 서방, 특히 유럽 국가들로선 최고의 원유 텃밭인 셈이다.

영국 정부는 비톨이 전쟁 중인 나라에 석유를 공급하는 위험을 감수했다고 추켜세우면서, 리비아산 석유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덩칸 장관은 1일치 영국 일간 <타임스>에 “우리(정부)는 리비아 반군 쪽에 (석유와 관련한) 계약을 주거나 지원하지 않았다”면서도 “비톨은 항상 (가공기름의) 공급자였으며, 마찬가지로 영국의 석유회사인 비피(BP)와 쉘(Shell)도 그럴 수 있다”고 말했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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