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정 변화로 감정 판단
정확도는 다소 떨어져
정확도는 다소 떨어져
“당신은 거짓말을 하고 있어.”
미국의 인기 드라마 <라이 투 미>의 주인공인 칼 라이트만 박사는 표정이나 행동만 보고서도 상대방의 심리상태를 귀신같이 파악하는 비언어 의사소통 전문가다. 그는 입술을 핥거나 눈살을 찌푸리는 등의 미세한 표정변화를 통해 상대방의 거짓을 간파하고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한다.
이런 원리를 응용한 거짓말 탐지기가 이르면 올해 안에 영국의 출입국 관리에 사용될 예정이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은 13일 브래드퍼드 대학과 영국 출입국관리소가 공동으로 연구개발한 ‘인간 감정 탐지기’가 브래드퍼드에서 열린 ‘영국 과학축제’에 출품됐다고 보도했다.
이 기계는 고화질 카메라로 상대방의 얼굴을 촬영하면서 발생하는 다양한 표정 변화로 그 사람의 감정을 판독하는 원리로 작동한다. 동공이 확대되거나, 입술을 깨물거나, 코를 찌푸리거나, 숨을 깊게 내쉬거나, 침을 삼키거나 하는 모든 행동은 카메라를 통해 바로 분석된다. 고화질 카메라는 얼굴의 혈액순환 변화까지 파악할 수 있다.
표정으로 심리를 파악하는 연구에서는 지난 2009년 시사주간 <타임>에서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100인’에 뽑히기도 한 유명 심리학자 폴 에크먼이 가장 유명하다. 그는 드라마 <라이 투 미>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그의 이론은 미 연방수사국(FBI) 등에서 실제로 사건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브래드퍼드 대학 연구진은 자원자를 상대로 이 기계로 거짓말 탐지 조사를 벌인 결과, 3분의2 이상의 정확도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연구를 주도한 하산 우가일 교수는 “높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정확도가 훨씬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우가일 교수는 90% 이상의 거짓말을 판독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장치는 90%가 넘는 신뢰도를 보이는 거짓말탐지기에 비해서는 아직 정확도가 떨어지지만 피부에 전극을 붙이거나 하는 준비과정이 필요없다는 점에서 실용성은 훨씬 높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출입국관리소는 이르면 올해 하반기부터 공항 이민 인터뷰에서 이 장치를 사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물론, 경험 많은 출입국 관리 직원의 보조 역할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