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를 대표하는 거리인 파리 샹젤리제에서 앞으로 6개월 동안 구걸이 금지된다.
프랑스의 클로드 게앙 내무장관은 13일 “샹젤리제 거리에서 오늘부터 6개월 동안 오전 10시부터 밤 10시까지 구걸행위를 금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슬람 신자들이 이 거리에서 기도하는 것도 금지했다. 게앙 장관은 “구걸하다가 잡히는 사람은 38유로(5만7000원)의 벌금을 내야 하며, 본국으로 돌아가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조처의 표적은 루마니아인들이다. 현재 파리의 법원에서 재판을 받는 사람의 10%가 루마니아인이며, 그 절반이 아이들이다. 프랑스 정부는 구걸 행위를 하는 루마니아 사람 가운데 상당수가 범죄 조직과도 연결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의 통계를 보면, 올해 상반기에 기소된 루마니아인은 4800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배로 늘었다. 지난해 여름에도 프랑스 정부는 루마니아 출신 집시들을 대거 강제 추방하며 이민 정책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이번 조처에 대해 사회당 소속의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은 “멍청한 짓”, 사회당은 “희생양 정치”라고 비난했다. 이들은 내년 4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이 극우 국민전선당 지지자들의 표를 얻으려고 이런 조처를 취했다고 주장했다. 현재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사르코지는 재선에 실패하고 국민전선당은 크게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최근의 한 조사에서 샹젤리제 거리 1㎡의 1년 임대료는 평균 7000유로(1050만원)로, 영국 런던의 뉴 본드 거리를 제치고 유럽에서 가장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김규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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