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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유럽 재정위기 ‘주변국서 핵심국으로 전이’ 현실화

등록 2011-09-20 21:03수정 2011-09-20 22:54

이탈리아 신용등급 강등
경제규모 유로존 3위…금융시장불안 고조
부도위기 그리스 전전긍긍…스페인도 경고음
이탈리아 채권 절반 보유한 프랑스도 불똥
신용평가회사인 스탠더드앤푸어스(S&P)가 19일(현지시각) 이탈리아의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것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주변부 국가에서 시작된 유럽 재정위기가 ‘핵심국’으로 전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화했음을 의미한다. 그리스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협상이 최종 타결되지 않은 상황에 유로존 3위 경제대국인 이탈리아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 유로존 3위마저 에스앤피는 이날 이탈리아의 장기 신용등급을 기존의 ‘A+’에서 ‘A’로, 단기 신용등급을 ‘A-1+’에서 ‘A-1’로 한 단계씩 강등하고, ‘부정적’ 등급 전망을 현행대로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에스앤피의 이번 결정으로 다음달 중순께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에 대한 최종 심사결과를 발표할 예정인 무디스도 등급 하락 압박을 더 받게 될 것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에스앤피가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한 것은 경제성장 전망이 악화되고 있는데다, 경제적 위기를 돌파할 ‘정치적 리더십’도 부재하다는 판단 때문이다. 이 회사는 올해부터 2014년까지 이탈리아의 연평균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3%에서 0.7%로 하향조정하면서 “이탈리아 경제활동의 속도가 둔화하고 있어 정부의 재정적 목표를 달성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 뒤 “이탈리아의 취약한 집권 연정과 의회 내 정책 차이 때문에 국내외 거시경제적 도전에 단호하게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 프랑스·스페인도 경고음 이번 신용등급 강등은 이탈리아의 공공부채(1조9000억유로)가 그리스와 스페인, 포르투갈, 아일랜드의 부채를 모두 합친 것보다 많아 구제조차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시장의 불안을 더욱 키우고 있다. 특히 이번 등급 강등으로 이탈리아 자본 차입 비용이 치솟을 것이란 전망들도 나온다. 재정수요를 맞추기 위해 연말까지 1113억유로 규모의 채권을 매각하거나 만기 연장을 해야 하는 이탈리아로서는 곤혹스러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자칫 이탈리아가 무너질 경우, 이탈리아 최대 채권국이자 유로존 2위 경제대국인 프랑스도 안전하지 않다는 점이다. 국제결제은행(BIS)의 지난 7월 집계에서, 프랑스는 전세계 24개국 은행이 보유한 이탈리아 채권(8673억달러)의 거의 절반에 해당하는 3925억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유로존 4위 경제국인 스페인에서 나오는 ‘경고음’도 시장 불안을 고조시킨다. 스페인 중앙은행은 19일 스페인 은행권의 부실채권 비율이 지난 7월 말 현재 6.94%(1247억유로)로 1995년 2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08년 금융위기 때 부동산 거품이 꺼지면서 지방 저축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데 따른 것이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스페인 은행 건전성의 문제로 스페인이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처럼 구제금융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 해결책이 보이지 않으면서 일부 유럽은행들과 자금라인을 끊는 사례도 등장하고 있다. <로이터> 통신은 20일 중국 국영은행인 중국은행이 스위스 최대은행인 유비에스(UBS)를 비롯해, 소시에테제네랄과 크레디아그리콜, 비엔피(BNP) 파리바 등 프랑스 은행 3곳과 외환 스와프 및 선물환 거래를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 그리스 디폴트 기로 하지만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그리스다. 그리스는 10월 중순까지 80억유로를 수혈받지 못할 경우 디폴트 상황을 맞게 된다. 이른바 ‘트로이카’라 불리는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유럽중앙은행(ECB) 대표들과 구제금융 6차분(80억유로) 집행 협상을 진행중인 그리스는 이탈리아의 신용등급 강등 소식이 협상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진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리스는 19일 트로이카의 대표들과 3시간 회의를 한 데 이어, 20일에도 2차 협상을 계속했다. 영국 <비비시>(BBC) 방송 등은 트로이카 대표단이 그리스 정부에 공무원 10만명 추가 감축, 국유재산의 신속한 매각, 공공기관 통폐합 가속화 등 이행해야 할 15가지 조처 등을 명시하며 긴축안 이행을 압박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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