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내각서 같이 일할 생각 없다” 반기들자 축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메드베데프 내각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며 반기를 들었던 알렉세이 쿠드린 재무장관을 26일 잘라냈다. 이번 경질은 푸틴의 대통령직 복귀를 둘러싸고 러시아 정부의 핵심부에서 충돌음이 일어났다는 점에서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리아 노보스티> <인테르팍스> 통신 등에 따르면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26일 열린 경제 관련 회의에서 “(메드베데프 내각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는) 발언은 부적절하다”며 “나와 이견이 있으면 사표를 내면 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쿠드린 장관은 “대통령과 이견이 있으며, 총리와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자 메드베데프는 다시 “누구와도 상의할 수 있지만, 아직 내가 대통령이고 결정은 내가 한다”고 못을 박았다.
이 회의 뒤 쿠드린 장관은 내각에서 쫓겨났다. 티마코바 공보실장은 “재무장관은 스스로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며 “대통령은 총리의 제청을 받아 재무장관 경질 명령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쿠드린 장관은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반박해 이번 경질을 둘러싼 둘 사이의 갈등이 계속되고 있음을 드러냈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 회의 참석차 미국을 방문했던 쿠드린 장관은 워싱턴에서 다음 정부에서 메드베데프 대통령과 푸틴 총리가 자리를 맞바꿀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다음 정부의) 메드베데프 내각에서 일할 생각이 없다”며 “(메드베데프와) 나의 이견이 이 내각에서 일하는 것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번 사건에 대해 다음 정권을 두고 푸틴과 메드베데프 사이의 분열이 시작된 것이 아니냐는 이른 전망도 나오고 있다. 정치학자 알렉세이 마카르킨은 “이번 사건이 푸틴과 메드베데프의 이중권력 체제에 대한 시험이 될 것”이라며 “만일 양쪽이 충돌한다면 정치적 위기가 벌어질 수도 있다”고 예상했다.
쿠드린은 메드베데프와 마찬가지로 1990년대 초반부터 푸틴과 함께 일했던 ‘푸틴 사단’의 핵심 인물이다. 그는 푸틴이 대통령에 취임한 2000년 5월부터 재무장관을 맡아 10년 넘게 일해왔다. 그래서 일부에선 푸틴이 대통령에 복귀하는 경우 메드베데프와 총리 자리를 두고 경쟁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김규원 기자 ch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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