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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에스토니아, 유로존 격랑서 나홀로 ‘순풍에 돛’

등록 2011-10-13 21:04수정 2011-10-14 10:31

8.5% 성장·수출 53% 급증
‘규제철폐·외자유치’ 주효
거품·실업률 16% 대가도
유로존 미래성장 ‘시금석
유럽 부채위기의 격랑 속에서도 발트해의 소국 에스토니아가 순항하고 있다. 인구 130만명의 에스토니아는 부채위기가 고조되던 올해 1월1일 유로존에 가입한 신입생이다.

지난 10월 초,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수도 탈린의 옛 중심가에는 중국과 한국인 단체 관광객들이 활보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에스토니아에서 1박 이상을 한 외국 관광객은 120만명으로, 에스토니아 역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핀란드, 헬싱키에서 페리로 2시간 거리여서, 당일치기 관광객을 포함하면 300만명을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관광 붐’에서 보듯 에스토니아 경제는 유럽의 ‘부채위기 폭풍’에서 한발 비켜나 있는 것처럼 비친다.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 성장률은 8.5%로 유럽 국가 가운데 가장 높다. 이런 고성장률은 에스토니아가 선진국으로 분류되는 것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다. 에스토니아의 국민소득은 1만5000달러, 세계은행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에스토니아를 ‘고소득 경제’로, 국제통화기금(IMF)은 ‘선진국’으로, 유엔(UN)은 인간개발지수가 ‘매우 높은’ 선진국으로 분류하고 있다. ‘발트해 3국’ 등 옛소련 공화국이나 동유럽 국가 분위기가 아니라 서유럽의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관리들도 자신들을 발트해 3국이나 동유럽 국가가 아니라 ‘노르딕(북유럽) 국가’로 분류해 달라고 요청한다. 자아크 아빅수 교육연구부 장관은 “에스토니아는 독일과 북유럽 국가들의 식민지로 시작됐다”며 “에스토니아의 사회·문화적 뿌리는 동쪽이 아니라 서쪽”이라고 강조했다. 옛소련 공화국이나 동유럽 국가들과는 달리 안정적이고 순탄한 민주주의 이행과 경제 성장도 이런 서유럽의 ‘합리적’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설명이다.

에스토니아에선 공산주의 잔재인 관료주의의 폐해를 찾을 수 없었다. <한겨레> 취재를 주선한 에스토니아 기업청의 한국 자문역 신동규씨는 투마스 헨드릭 일베스 대통령실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가, 그 다음날로 ‘외유로 인해 인터뷰를 할 수 없어 미안하다’는 일베스 대통령의 자필 서명 편지를 받았다고 전해줬다.

무엇보다 주목받는 것은 다른 유로존 안팎의 소국들이 택했다가 쓴 맛을 본 성장전략을 다시 과감히 추진하고 있다는 점이다. 규제 철폐와 우대에 기반한 외자유치 전략이 그것이다. 아일랜드가 이 전략으로 고성장을 누리며 주목을 받다가 결국 금융위기 앞에서 구제금융 국가로 전락했다. 에스토니아는 기업이 이익을 재투자하면 법인세를 면제해주는 등 외자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고, 스웨덴과 핀란드 등 북구 국가들의 투자로 지난해 수출이 53%나 늘며 10억유로를 돌파했다. 외자를 보호하려고, 부채위기 속에서 환율 경쟁력을 포기하며 유로존 가입을 선택했다.

물론 대가가 있다. 외자로 인한 신용 붐으로 자산가격이 폭등하고 금융위기가 닥쳐, 2008년을 전후해 성장률이 최고치 대비 14%까지 폭락했다. 유로존 가입 재정 조건을 충족하려고 공공인력을 20%나 감축해 아직도 16% 내외의 실업률에 시달리고 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 물가고와 실업 등 국민의 고통을 요구하는 유로존 가입에 대해 에스토니아 국민들은 압도적으로 찬성하고 있다. 스스로 태풍의 한가운데 뛰어드는 모험을 취한 에스토니아의 앞 길은 유럽연합(EU)과 유로존 그리고 외자 유치 성장 전략의 미래를 점치는 하나의 시금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탈린/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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