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한겨레 자료사진
“유로존 아닌 영국이 간섭” “EU조약 영국이익 보장을”
부채위기 재정기여 없는 영국
금융규제에 반대하자 프 불만
부채위기 재정기여 없는 영국
금융규제에 반대하자 프 불만
“(데이비드 캐머런(오른쪽 사진) 영국 총리를 향해) 우리는 당신이 우리를 비판하고 무엇을 하라고 말하는 것에 진절머리가 난다.”(니콜라 사르코지(왼쪽) 프랑스 대통령)
2년에 걸친 오랜 유럽 부채위기에 지친 유럽 지도자들이 급기야 서로를 향한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23일(현지시각) 벨기에 브뤼셀 유럽연합 정상회의는 기존의 해결책 논의를 매듭짓지 못한 채, 영국과 프랑스 정상이 입씨름을 벌이는 풍경을 연출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26일 다시 열릴 정상회의가 유로존(유로를 사용하는 17개국) 국가들의 모임으로 한정해야 한다며, 유로존 국가가 아닌 영국의 간섭에 공개적인 불만을 터뜨렸다. 프랑스와 영국의 두 정상이 직접 설전까지 벌인 배경은 이날 회의에서 합의한 유럽연합 조약 변경 문제이다. 부채위기 해소를 위해 유럽연합 조약의 ‘제한적 변경 가능성’에 정상들이 동의하자, 캐머런 영국 총리가 “영국 이익의 보호를 위한 보장이 있어야 한다”며 26일 정상회의를 유로존 국가만이 아니라 유럽연합 27개국 모든 회원국 참석으로 관철시켰다.
<가디언> 등 영국 언론들은 오찬장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이 캐머런 총리에게 “당신은 유로화를 싫어하고 유로존에 가입하려 하지도 않으면서 우리 모임에 간섭하려 한다”고 따지며 말싸움이 벌어졌다고 전했다.
이런 불만은 영국이 유럽 부채위기 해소에 별다른 재정적 기여는 하지 않으면서 유럽연합 차원의 금융규제에는 사사건건 반대를 표명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유럽연합은 핫머니 규제 등을 추진하고 있으나, 영국은 런던 외환시장 등 금융산업 이해를 대변해 이에 반대하고 있다. 최근 유럽금융안정화기구(EFSF)의 기금 확충 문제에서도 독일과 프랑스가 그 재정적 분담 비율을 놓고 씨름하는 반면, 영국은 양국한테 ‘결단을 내리라’는 촉구만 하는 모양새다.
유럽 부채위기를 심화시키는 이탈리아에 대해서도 불만이 터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회의에서 유럽 지도자들은 국내에서 ‘섹스 스캔들’로 발목이 잡힌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가 경제개혁을 신속히 처리하지 못하는 데 실망감을 보였다고 미국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베를루스코니는 사르코지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별도 회담을 했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부진한 성장을 촉진하고 부채를 감축할 대책을 마련하라는 압박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각국 정상들의 알력 속에 결국 26일 정상회의는 유럽연합과 유로존 차원 회의가 연달아 열리는 것으로 타협됐다. 이 정상회의에선 유럽 부채위기 해결안이 합의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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