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은행 개혁 주도…전 골드먼삭스 임원 구설도
격화되는 유럽 부채위기 속에서 소방수 역할을 맡을 유럽중앙은행(ECB) 총재가 장클로드 트리셰에서 마리오 드라기(64)로 교체됐다. 드라기 신임 총재는 유럽 부채위기의 또다른 뇌관인 이탈리아 출신인데다, 이번 위기와 관련된 골드만삭스의 임원 출신이어서 벌써부터 그의 행보가 주목된다.
2003년 취임한 트리셰 총재는 8년간의 임기를 마치고 퇴임하는 31일 유럽 부채위기에 대해 “우리는 우리가 갈 곳을 알고 있다”고 해결이 가능함을 강조하면서도 “하지만 우리는 지금 전세계 차원의 폭풍의 시기에 있고 이 폭풍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리셰의 임기 전반 동안 유럽연합은 전례 없는 성장과 완만한 인플레이션, 안정적 재정상황을 향유했으나, 후반 들어 최악의 부채위기를 겪고 있다.
트리셰로부터 바통을 이어받은 드라기는 유럽중앙은행 총재 선임 직전까지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였던 경제학자로, 이탈리아 재무부 관리와 중앙은행 총재 시절 이탈리아 재정개혁과 중앙은행의 독립을 견지한 것으로 평가된다. 그는 2006년 이탈리아은행 총재로 취임한 뒤 전임자의 부정으로 추락했던 이 은행을 개혁하고 독립성을 재건한 것으로 평가되며 (게임 캐릭터인) ‘슈퍼 마리오’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2000년대 초 골드만삭스 임원 시절 그리스 등 유럽 정부들의 채권 매입에 관여한 것으로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당시 이 채권 매입이 현재 그리스 부채위기 등 유럽 부채위기의 근원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드라기는 올해 유럽연합 의회 청문회에서 이런 의혹에 대해 “내가 골드만삭스에 오기 전에 이미 타결된 거래였다”며 자신의 관여를 부인하고 있다.
드라기가 지휘봉을 잡은 유럽중앙은행의 당면 과제는 이탈리아 등 유럽 부채위기 국가들의 채권 매입이다. 유럽중앙은행과 새로 강화된 유럽금융안정화기구(EFSF)는 유럽 부채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이탈리아 국채의 매입과 보증이라는 어려운 과제 앞에 서 있다. 드라기는 취임 전부터 유럽중앙은행이 이탈리아 국채를 너무 많이 매입했으며, 더 이상 이런 식으로 갈 수 없다고 경고한 바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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