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런던 점령’ 시위대가 스위스계 대형은행인 유비에스(UBS) 은행 소유의 건물을 점유했다.
시위대가 실제 ‘건물’을 점령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위대가 유비에스를 점령한 뒤 영국 각지에 퍼져 있던 점령 시위대가 이곳으로 집결하면서 전국적인 캠페인의 형태를 갖추기 시작하는 등 동력을 얻고 있다고 <가디언>이 19일 보도했다.
런던 점령 시위대는 18일 동런던 금융지구에 있는 유비에스 소유의 빈 건물을 점유했다고 밝혔다. 은행들이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환을 하지 못한 가구의 주택을 압류했듯, 세계 경제를 파탄 낸 기업의 소유 재산을 ‘공공 압류’하겠다는 것이다. 시위대는 대신 이 공간을 다양한 토론과 행사가 이뤄지는 ‘아이디어 은행’으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또 정부의 긴축 조처로 커뮤니티 센터나 청소년 클럽 등을 잃게 된 사람들을 위해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유비에스 은행의 점령 소식이 알려지면서, 19일 플리머스·아일오브와이트·에딘버그 등 영국 10여개 지역에 퍼져있던 점령 시위 지지자들이 런던에 집결했다. 런던 점령 시위에 참여하고 있는 타냐 페이튼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각 지역에 산재해 있던) 단체들이 한 데 모인 것은 처음”이라며 “문제를 해결할 방식을 함께 모색하고 전국적인 캠페인을 만들기 위해 힘을 합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비에스는 “적절한 법적 조처”를 통해 건물을 되찾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하지만 런던 점령 시위대는 세인트폴 대성당에서 17일까지 퇴거해야 한다는 행정 당국의 명령도 거부하고 있어, 퇴거 절차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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