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드베데프 대통령 경고
“무기 감축도 중단 가능”
“무기 감축도 중단 가능”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은 23일 미국 및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유럽 미사일 방어(MD) 체제 구축에 맞서 자국의 서부 국경 지대에 전술 미사일을 배치할 수도 있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핵무기 감축을 내용으로 한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에서도 탈퇴할 수 있다고 경고해, 이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이날 텔레비전 연설을 통해 “(유럽 미사일 방어) 계획을 제한하는 조처가 취해지지 않을 경우, 미국 미사일 방어망의 유럽 기지를 파괴하기 위해 러시아 서남부 지역에 현대식 무기 시스템을 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 단계 중 하나가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칸데르 미사일은 사거리가 500㎞에 달하는 최신 전술 미사일로, 메드베데프 대통령이 미국과 나토의 유럽 미사일 방어 체제 구축에 맞서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하겠다는 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또 “만일 상황이 잘 전개되지 않는다면, 러시아는 군비 축소와 이에 상응하는 무기 감축을 중단할 권리가 있다”며 핵무기 감축 등을 위해 2010년 4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맺은 전략무기감축협정에서 탈퇴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의 이런 경고는 미국과 나토가 이란 등의 위협을 명분으로 루마니아와 폴란드 등에 미사일 방어 기지 건설을 강행하겠다고 한 데 따른 것이다. 러시아는 이 미사일이 자국 영토를 겨냥한 것이라는 의구심을 보내며, 미국과 나토를 상대로 유럽 전역을 구역별로 나눠 함께 방어하는 공동 미사일 방어망을 창설하자고 제안했다가 거부당한 바 있다. 이후에도 러시아는 나토의 유럽 미사일 방어망이 자국을 겨냥하지 않는다는 법적 보장을 해달라고 요구했으나 미국 등은 이것에도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에이피>(AP) 통신은 메드베데프의 이런 엄포가 다음달 4일로 예정된 러시아 하원 선거와 맞물려 있다고도 분석했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앞서 2008년 11월 미국이 러시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폴란드와 체코에 미사일 방어 기지 구축을 강행하자 이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칼리닌그라드주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하지만 이듬해 9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폴란드 등에 대한 미사일 방어 기지 구축 계획을 취소한다고 발표하자 칼리닌그라드에 이스칸데르 미사일을 배치하는 방안을 철회했다.
이정애 기자 hongby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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