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률 2% 이하 고수에 투자자들 매력 못느껴
독 리스크 키울 ‘유로본드’ 도입 발표도 악영향
“경제지표·재정 탄탄…일시적 현상일뿐” 분석도
독 리스크 키울 ‘유로본드’ 도입 발표도 악영향
“경제지표·재정 탄탄…일시적 현상일뿐” 분석도
부채위기가 번지고 있는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에서 최우량 국가이자 버팀목으로 여겨져온 독일의 국채가 저조한 판매 실적을 보였다. 23일(현지시각) 실시된 60억유로어치 독일 10년 국채 입찰에서 전체 물량의 65%인 39억유로만 판매됐다고 독일 중앙은행 분데스방크가 보고했다. 유로 도입 이후 가장 낮은 실적이다.
최근 몇년 동안 미국 국채에 비해 수익률이 낮았던 독일 국채는 이날 입찰에서 수익률 1.98%를 보여, 미 국채의 최근 평균 수익률 1.9%를 넘었다. 이 입찰 뒤 독일 국채는 한때 시장에서 영국 10년 국채 수익률 2.13%을 넘어 2.14%까지 올랐다고 <블룸버그 뉴스>가 보도했다.
독일 재무부의 외르크 뮐러 대변인은 “연말 자금수요 사정 등으로 생긴 일상적인 일”이라고 위기설을 부인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24일 유로존의 세 대국의 정상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 총리와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 이탈리아의 마리오 몬티 총리가 프랑스의 스트라스부르에서 긴급 회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메르켈 총리에게 유럽중앙은행(ECB)이 유로존 국가들에 대출해주는 방안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촉구하기도 했다.
23일 유로화는 달러 대비 1.33유로로 떨어져 7주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미국의 다우지수 -2.05%, 독일의 닥스(DAX)지수 -1.44%, 영국의 푸치(FTSE)지수 -1.29% 등 세계 증시도 일제히 하락했다. 국제 신용평가사인 피치는 24일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한 단계 낮은 BB+로 조정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일단 한번의 국채 입찰로 독일 경제를 판단하는 것은 무리라는 데 일치된 견해를 보였다. 그렇지만 최우량국으로까지 부채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조기 경보’라는 데도 역시 일치된 견해를 나타냈다.
입찰을 주관하는 독일 재무부의 설명대로 올해 들어 국채 물량이 모두 팔리지 않은 것은 9차례로, 흔한 일이다. 문제는 계획된 판매 물량 중 35%나 팔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4월과 8월에 팔리지 않은 물량은 19% 정도로 이번 미판매 물량의 절반 수준이다.
원인으로는 독일 정부의 배짱이 꼽혔다. 독일은 이번을 포함해 지난 60년 동안 10년물 국채를 수익률 2% 이상으로는 팔지 않았다. 이번도 자금 사정이 급하지 않아 높은 수익률을 제시할 이유가 없었다. 따라서 최근 고수익률 국채에 길들여진 투자자들에게는 별로 매력적이지 않았다.
또다른 요인으로는 연말이 다가옴에 따라 결산을 해야 하는 등 투자자들의 늘어난 자금 수요를 꼽을 수 있다. 다른 곳에 쓸 돈이 많아진 투자자들의 유동성이 부족해졌던 것이다. 최근 부채위기로 피난처를 찾는 투자자들이 이미 독일 국채를 충분히 매입했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독일 경제의 지표가 탄탄해 이번 입찰에 예민한 반응을 보일 필요는 없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로존 국가 국채 수익률 급등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을 받은 포르투갈은 물론이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도 구제금융 수준인 7%대를 넘나들었다. 유로존 중심국인 프랑스는 3.6%, 벨기에 5.5%까지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이어 피치도 이날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했다. 또 24일 피치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한 단계 낮은 BB+로 조정했다. 특히 독일 국채 판매 저조는 독일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유로본드 발행 추진계획 발표와 맞물렸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부채위기 해소책으로 유로존 17개국이 공동으로 발행하는 유로본드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독일은 이런 계획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유로본드는 결국 독일이 버팀목이 되어 비용을 댈 수밖에 없고, 독일 국채는 물타기되기 때문이다. 부채위기의 부담은 이제 독일로 점점 몰려들고 있고, 독일로서는 자신을 희생해 유로존을 살려야 한다는 압력에 처하고 있다. 독일 경제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유로존 국가 국채 수익률 급등이 번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제금융을 받은 포르투갈은 물론이고,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국채 수익률도 구제금융 수준인 7%대를 넘나들었다. 유로존 중심국인 프랑스는 3.6%, 벨기에 5.5%까지 국채 수익률이 급등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에 이어 피치도 이날 프랑스의 국가 신용등급 하락을 경고했다. 또 24일 피치는 포르투갈의 신용등급을 BBB-에서 한 단계 낮은 BB+로 조정했다. 특히 독일 국채 판매 저조는 독일이 강력하게 반대하는 유로본드 발행 추진계획 발표와 맞물렸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은 이날 부채위기 해소책으로 유로존 17개국이 공동으로 발행하는 유로본드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독일은 이런 계획을 극렬히 반대하고 있다. 유로본드는 결국 독일이 버팀목이 되어 비용을 댈 수밖에 없고, 독일 국채는 물타기되기 때문이다. 부채위기의 부담은 이제 독일로 점점 몰려들고 있고, 독일로서는 자신을 희생해 유로존을 살려야 한다는 압력에 처하고 있다. 독일 경제의 리스크도 커지고 있는 셈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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