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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유럽은행들 자금 회수에 실물경제 ‘비명’

등록 2011-11-29 20:48수정 2011-11-29 22:26

자기자본 강화 기준 맞추려 채권 회수·대출 억제
항공업·조선업·SOC 직격탄…전세계 신용경색 우려
부실채권에 시달리는 유럽 은행들이 지갑을 닫으면서, 우려되던 세계적인 신용경색이 현실화할 징후를 보이고 있다.

유럽 은행들이 유럽 국가들의 부실국채 투자로 본 손실을 메우고 금융당국이 요구하는 자기자본 강화 기준을 맞추기 위해 최근 채권을 회수하고 대출을 옥죄고 있다고 미국 <뉴욕 타임스>가 28일(현지시각) 보도했다. 신문은 경제분석가들을 인용해 유럽 은행들이 앞으로 수년 동안 전체 자산의 약 10%에 해당하는 3조유로(4590조원)의 대출을 회수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대규모 자금 조달이 필요한 항공업, 조선업 등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유럽 은행들은 이 업계의 전통적인 신용제공자였다. 그리스의 부실국채에 가장 많이 물려 있는 비엔피(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 은행들에 항공기 구입 자금의 15%를 의존해온 에어프랑스는 최근 이들 은행들로부터 자금대출을 거절당했다. 에어버스와 보잉 등에 840억달러어치 항공기 243대를 최근 주문한 두바이의 에미레이트항공도 유럽 은행이 대출 창구를 닫음에 따라 이슬람금융업체나 신흥국 은행들로 자금조달선을 돌리고 있다.

세계 최대 유조선 선사인 노르웨이의 프런트라인은 애초 건조 계획을 세웠던 7척 중 2척에만 자금 제공을 받았다. 조선업체의 조업 위축으로 관련 업종이나 하청업체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아, 독일 주요 항구인 함부르크, 킬 등에서는 이미 5000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대형 사회간접자본 프로젝트에서도 유럽 은행들은 철수하고 있다. 특히 중동의 발전소와 수리개발 사업에서 두드러져, 카타르의 100억달러 규모 가스 프로젝트 자금조달에서 비엔피파리바, 소시에테제네랄 등 3대 프랑스 대형은행이 불참했다.

동유럽 국가들 역시 영향권에 들어섰다. 오스트리아 금융당국이 자국 은행들의 해외 대출을 억제하라고 지시하자 트라이안 버세스쿠 루마니아 대통령은 오스트리아 금융당국이 “루마니아 경제의 목을 죄고 있다”고 비난했다. 헝가리에서는 쇼핑센터 등 상업시설 건축이 거의 중단된 상태이다.

중국의 제조업체들은 그리스 은행 등 유럽 부실은행들의 신용장 접수를 거부해, 그리스 중소업체들은 제품 주문 등에 더 많은 비용을 치르고 있다. 미국 금융업체들은 유럽 은행들에 자금을 제공해준 머니마켓펀드(MMF) 창구를 닫고 있다. 이는 유럽 은행들의 유동성을 더욱 옥죄어, 유럽 은행들의 채권회수와 대출억제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여기에 부채위기에 시달리는 유럽 국가들이 자국 은행들에 시장에서 소화를 못하는 국채 매입을 강요해, 유럽 은행들은 이중의 고통에 처했다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보도했다. 포르투갈·이탈리아·스페인에선 국채의 12~22%를 자국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다. 이 은행들은 이미 부실화된 자국 국채를 처분해야 할 상황이나, 오히려 매입이나 매도 중단을 강요받아 포트폴리오의 부실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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