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재정통합안 마련하고 유로존부터 실행”
프랑스 “유럽중앙은행의 시장개입 확대 먼저”
독·프 5일 정상조율 뒤 8일 EU조약 변경 논의
프랑스 “유럽중앙은행의 시장개입 확대 먼저”
독·프 5일 정상조율 뒤 8일 EU조약 변경 논의
부채위기에 시달리며 해체론까지 거론되어온 유럽연합이 법적 구속력을 갖는 재정통합을 놓고 이번주 갈림길에 서게 됐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5일(현지시각) 유럽중앙은행(ECB)의 시장개입을 놓고 이견을 조정한 뒤 재정통합을 향한 유럽연합 조약 변경을 위한 공동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메르켈 총리가 지난 2일 독일 의회 연설에서 회원국들에 “유럽 부채위기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법적인 강제력을 갖는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재정통합 원칙을 수용하라”고 촉구한 데 뒤이은 움직임이다. 이어 8~9일에는 재정통합 등 유럽연합과 유로존의 운영 틀 개혁을 놓고 유럽연합 정상회의가 열릴 예정이다. 재정통합에 합의한다면 이는 1999년 단일 통화인 유로를 도입한 유럽국가 통합의 질적 강화를 의미한다.
프랑스는 당면한 부채위기 해결을 위해 유럽중앙은행의 유로존 국가 국채 매입 확대 등이 앞서야 한다는 입장이다. 메르켈 총리는 2일 연설에서 자신이 유로화 수호에 단호한 입장이라며, 유럽연합 회원국과 유로존 동반자들에게 예산 원칙과 유로존 부채 통제를 강제하기 위해 유럽연합 조약을 신속하게 재협상하도록 설득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이번주는 유럽 부채위기의 근본적 장기처방과 단기적 대증처방을 두루 섭렵할 해결안을 내놓을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유럽 지도자들은 입을 모은다. 마리오 몬티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에서는 실수할 수 있는 여지가 없다”며 “행동하지 않으면 금융시장이 단죄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동안 유럽연합은 수많은 해결책을 합의하고 발표했으나, 별다른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결국 당면한 불을 끄려면 돈을 풀어야 한다는 고전적 해결책만이 남게 됐다. 유럽중앙은행이 부채위기에 시달리는 유로존 부채국가들의 국채를 적극적으로 매입하고, 더 나아가 공동 국채인 유로본드를 발행해 부채위기 국가들의 차입비용을 낮추자는 것이다.
독일은 이에 완강히 저항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의 국채 매입이나, 유로본드 발행은 결국 유럽연합의 경제력을 뒷받침하는 독일의 부담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독일은 이번 부채위기를 유발한 회원국들의 방만한 재정운영을 통제하는, 구속력 있는 원칙을 만들자고 제안해왔다. 회원국들의 예산과 재정운영 원칙을 정하고, 이를 통제·감시하는 권한을 유럽연합이 갖고 이를 어기는 회원국을 제재하자는 것이다.
지난 10월 그리스 부채 재조정과 유럽금융안정화기구(EFSF) 확대 등을 도출한 유럽연합 정상회의에서도 확인된 원칙이기도 하다. 독일은 이번에 아예 구체적인 안을 마련하고 실행하자고 밀어붙이고 있다. 유럽연합 전 회원국을 대상으로 당장 하기는 힘드니, 일단 유로존 국가들만 먼저 하자는 입장이다. 유럽연합의 또다른 중심국인 프랑스는 재정통합 원칙에는 동의하면서도, 발등의 불을 먼저 끄기 위해서는 유럽중앙은행의 시장개입 확대 등을 주장하고 있다.
독일과 프랑스가 일단 재정통합 원칙에는 합의했기 때문에, 문제는 그 수준과 강도이다. 또 재정통합 구체안이 나온다면, 유럽중앙은행의 시장개입 확대에도 독일 쪽의 양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재정통합이 실질적으로 진전되면, 독일 쪽도 유로본드 발행 등에 대한 반대를 재고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동안 유로존 국가 국채 매입 확대에 강경하게 반대한 마리오 드라기 유럽중앙은행 총재도 “17개 유로존 국가들이 구속력 있는 예산 원칙에 대한 재정합의를 동의한다면, 유럽중앙은행은 부채위기에 더 공격적인 대응을 채택할 준비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유로존 국가들이 재정통합에 합의하면, 부채위기에 빠진 유로존 국가들의 부채 매입을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이번주 프랑스와 독일, 유로존 국가 사이의 ‘그랜드 바겐’(대타협)이 나올지 시장은 숨을 죽이고 지켜보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