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프 ‘17국 재정통합안’ 밀어붙인 데 이어
9일 EU정상회의서 조약 변경 여부 결정
더 강한 통합이냐 축소·분열이냐 갈림길
S&P, 유로존 신용강등 경고…결정 압박
9일 EU정상회의서 조약 변경 여부 결정
더 강한 통합이냐 축소·분열이냐 갈림길
S&P, 유로존 신용강등 경고…결정 압박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5일 양국 정상회담을 마친 뒤 결연한 표정으로 기자회견대에 섰다. 메르켈 총리는 “그것이 17이 될지, 아니면 27이 될지 알게 될 것이다…우리는 27개국을 위한 조약 변경도 열어놨고, 이것이 가장 논리적 방법이다. 그러나 유로는 우리에게 너무 중요해서 17개 유로존 국가들이라도 (먼저) 길을 갈 것이다”라고 단호히 말했다.
독일과 프랑스 정상이 유럽 부채위기 해결을 위한 유로존 17개국만의 재정통합안을 단호히 밀어붙인 직후,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는 독일과 프랑스를 포함한 유로존 15개국을 신용등급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올렸다고 발표했다. 최우량 등급국인 독일과 프랑스 등 6개국을 포함해 사실상 유로존 국가 모두가 앞으로 90일 안에 신용등급이 강등될 가능성이 50%라는 의미이다.
에스앤피의 의도는 분명했다. 에스앤피는 8~9일의 유럽연합 정상회의에 앞서 이 조처를 발표했다며 그 회의가 “정책 당국자들에게 방어적이고 상황을 따라가기에 급급했던 분절적 대책으로 일관하던 행태를 깰 기회를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채위기 해결을 위한 근본적이고 단호한 조처가 없다면 유로권 전체가 공멸한다는 경고다.
에스앤피의 경고와 압력처럼, 유럽연합과 유로존은 9일 유럽연합 정상회의 폐막 때까지 운명을 가를 결정적 5일을 맞았다. 매일매일 숨가쁜 일정(표)들이 이어져 있다.
9일 정상회의에서 유럽연합이 유로존의 재정통합, 즉 재정에 대한 회원국의 주권을 제한하고 재정원칙을 준수하지 못하는 회원국은 제재하는 조약변경에 합의한다면, 유럽연합은 유로화 출범 12년 만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사실상 유럽연합은 유로화를 쓰면서 재정통합이 된 한 그룹과 별도 통화를 쓰면서 유로존에서 더 멀어지게 되는 또다른 그룹이라는 ‘두개의 리그’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이런 변화가 유럽연합의 더 크고 강한 통합의 전조가 될지, 아니면 축소와 분열이 될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일단 시장은 독일과 프랑스의 제안과 단호한 태도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세계 증시가 오르고, 부채위기의 진원지인 유럽 국채시장에서 이탈리아와 스페인, 프랑스, 벨기에 등의 국채 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졌다.
시장은 무엇보다도 유럽중앙은행의 시장개입 확대를 기대한다. 재정통합이 된다면 유럽중앙은행이 유로존 국가들의 국채 매입에 대한 안전판이 될 수 있다. 은행 쪽도 재정통합이 될 경우 시장개입 확대를 시사했다. 이럴 경우 재정통합이라는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처방 및 유럽중앙은행의 유로존 국채 매입 확대에 따른 국채 안정이라는 단기적인 대증처방 모두를 거둘 수 있다.
대강의 그림은 나왔지만, 갈 길은 아직 험난하다. 유로존 밖의 국가, 특히 영국은 어떠한 유럽연합 조약변경도 국민투표에 붙일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내년 초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서도 좌파 사회당과 극우 국민전선의 유력 후보 모두는 사르코지가 독일에 투항해 국가의 재정주권을 이양하려 한다고 비난하고 있다. 8~9일 정상회의에서 결론을 못 내거나, 내용 없는 형식적 합의에 그친다면 큰 후폭풍이 예상된다. 또 합의되더라도 내년 3월까지 재정통합의 범위와 수준 등 구체안을 순조롭게 도출할지도 의문이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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