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청난 실수” “우려스럽다”…‘EU 협정 불참’ 후폭풍
금융거래세 등 금융개혁·프-독 주도 유럽통합에 거부감
금융거래세 등 금융개혁·프-독 주도 유럽통합에 거부감
유럽 국가들의 재정 건전화와 통합 강화를 위한 협정에 영국이 참여하지 않기로 하면서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한테 비난이 집중되고 있다. 영국의 보수적 여론을 의식한 결정이지만 외부적으로는 영국의 고립을 심화시키고 내부적으로는 연립정부가 위태해질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주요 유럽 언론들은 영국이 지난 9일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율의 3% 미만 유지와 위반국 제재 강화를 내용으로 한 협정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것과 관련해 캐머런 총리가 철저한 고립을 선택했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프랑스 <르몽드>는 “영국이 이렇게 고립된 적은 없었다”며 “영국은 더 이상 유럽의 이상을 믿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독일 <디벨트>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의 시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도 “영국의 장기적 이익에 해가 되는 엄청난 실수가 될 수도 있다”고 평가했다.
캐머런 총리는 정치권의 반발에도 부닥치고 있다. 야당인 노동당의 에드 밀리밴드 당수는 “한 세대 만에 가장 중요한 유럽 정상회의였는데 그 결과는 우려스럽게 나왔다”며 “캐머런 총리는 영국을 실망시켰다”고 말했다. 이번 회의의 후유증은 연립정권의 분열도 부추기고 있다. 보수당과 달리 유럽연합에 긍정적 태도를 보여온 연정 파트너인 자유당도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영국 언론들은 자유당 당수이기도 한 닉 클레그 부총리가 “‘캐머런 총리가 영국을 유럽으로부터 고립시키고 영국의 이해에 반하는 행위를 했다’며 크게 반발했다”는 측근들의 말을 전했다. 영국 연정이 19개월 만에 가장 큰 분란에 빠졌다는 관측도 나온다.
캐머런 총리가 반발을 충분히 예상하고도 강수를 둔 것은 세계적 금융 중심지인 런던의 금융업을 ‘보호’하려는 게 일차적 목적으로 보인다. 유럽연합은 경제위기의 원인을 제공한 금융업의 고삐를 죄기 위해 금융거래세 도입과 자본금 확충 등 금융개혁을 꾀하고 있다. 영국 쪽에서는 프랑스가 이를 주도하며 영국을 견제하려 한다는 의심까지 품고 있다. 영국이 과거 60년간 프랑스와 독일이 주도한 유럽 통합에 계속 미온적이었던 구조적 배경도 있다. 영국 <가디언>은 영국이 미국과의 특별한 관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의 지위, 영연방 수장국으로서의 위치 때문에 유럽연합 체제 속으로 완전히 포섭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분석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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