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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캐머런의 부메랑

등록 2011-12-13 20:42

‘EU와 재정통합’ 나홀로 비토 뒤
“금융세 피하려다 금융허브 잃나”
런던금융가 ‘고립’ 후폭풍에 떤다
영국을 먹여살리는 런던 금융가인 ‘시티’가 불안한 눈으로 유럽 대륙을 쳐다보고 있다. 지난주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유럽연합 차원의 재정 통합을 사실상 홀로 거부한 후폭풍이 몰려올지 모른다는 우려에서다.

영국이 재정통합을 위한 유럽연합 조약 변경을 거부한 배경은 이 조약 변경에 뒤따를 금융규제로부터 시티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토빈세라 불리는 금융거래세, 즉 유럽연합 차원에서 이뤄지는 주식매매 등 모든 금융거래에 세금을 매기는 입법은 시티의 금융산업을 위축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유럽연합은 금융거래세가 신설될 경우, 발생할 570억유로의 세수 중 400억유로가 영국에서 발생할 것으로 추정한다.

현재 세계 외환거래의 약 35%가 이뤄지는 시티는 외환거래 규모가 뉴욕 월스트리트를 능가하는 세계 최대 금융가다. 유럽연합 전체 금융거래 중 75%가 시티를 중심으로 한 영국에서 발생한다. 이 때문에 영국은 2009~2010년 회계연도 조세의 약 11.2%를 금융산업에서 거둬들였고, 시티는 영국 국내총생산(GDP)의 약 4%를 차지한다고 추정된다. 변변한 제조업이라고는 없는 영국으로서는 시티의 금융산업이 국부의 젖줄인 셈이다.

캐머런 총리는 “금융산업에 대한 온건하고, 합리적이고, 적절한 안전장치를 요구했다”며 재정 통합 거부 배경을 솔직히 털어놨다. 문제는 이 때문에 시티의 금융계가 이제 고립과 더 큰 규제를 걱정하게 됐다는 것이다. 당장 올리 렌 유럽연합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런던 금융산업을 규제로부터 보호하려는 캐머런의 의도가 “생각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며 영국의 재정 통합 거부가 보복을 부를 것임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해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유럽연합 차원에서 논의되거나 채택된 금융규제는 모두 49건이라며, 이 중 일정 형태의 사업체는 유로존에서만 거래하도록 하는 새로운 규제를 시티가 가장 우려하고 있다고 12일 전했다. 예를 들어, 파생금융 상품 거래소는 유로존에만 위치하도록 하는 안 같은 것이다. 비유로존 국가인 영국은 그동안 이런 규제안들이 나올때마다 적극 대응해 철회 또는 완화시키곤 했지만, 이번 재정 통합 거부로 교섭력을 상당 부분 잃어버리게 됐다.

특히 금융거래세는 아예 영국의 거부권이 통하지 않는 형태로 다시 부활할 수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시티 금융가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유럽연합 조약 변경은 만장일치로 결정되는데, 이번 재정 통합을 영국이 거부하며 새 조약은 유럽연합 밖 차원의 조약 변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재정 통합 거부로 영국이 유럽연합에서 협상력을 잃고 고립될 경우 금융뿐 아니라 모든 산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자본·노동·상품·서비스의 자유로운 유통을 허락한 유럽연합 통합으로 영국은 그 어느 국가보다 혜택을 누려왔다. 이안 로저스 영국 철강무역협회 사무총장은 “장기적으로 우리는 정치적 결정 과정에서 힘을 잃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연정 파트너인 닉 클레그 부총리도 11일 캐머런의 거부가 “영국을 ‘소인족’(피그미)으로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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