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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미국형 ‘묻지마 총격’ 연발…유럽, 공포에 질리다

등록 2011-12-14 21:01수정 2013-01-24 09:07

벨기에 ‘총기소지 전과’ 동기불명 130여명 사상
이탈리아 인종범죄 성격…‘브레이비크 건’ 닮아
가석방 중이던 총기 사범의 수류탄 투척과 총기 난사로 4명이 숨지고 122명이 부상하는 참사가 벌어진 이튿날인 14일 낮, 벨기에 동부 도시 리에주의 시민들은 희생자들을 기리는 묵념을 올리며 비통해했다. 좀처럼 강력사건이 신문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않는 벨기에에서 터진 참사는 유럽 전체에도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번 사건이 얼마나 충격적으로 받아들여지는지는 당일 밤 국왕 알베르 2세 부부와 엘리오 디루포 총리가 황급히 사건 현장으로 달려온 데서도 알 수 있다. 디루포 총리는 “온 나라가 고통스러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와 장클로드 융커 룩셈부르크 총리는 디루포 총리에게 위로 메시지를 전했다.

벨기에 총기 난사는 지난 7월 노르웨이의 우퇴위아섬 사건을 곧바로 연상하게 만든다. 당시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의 총기 난사로 76명이 숨진 것에 견주면 이번 사건 사망자 수는 훨씬 적지만 다수의 목숨을 노린 무차별적 총기 난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현장에 있던 한 벨기에 기자는 “범인은 최대한 많이 살해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하마터면 더 많은 인명을 앗아갈 수도 있었다. 원래 13일에는 사건 발생장소인 생랑베르광장에서 연간 130만명이 다녀가는 크리스마스 마켓이 열릴 예정이었으나, 나쁜 날씨 탓에 개장이 연기돼 더 큰 인명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벨기에 당국은 이번 사건이 노르웨이 사건의 모방범죄인지도 조사하고 있다.

현지 검찰은 단독범행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아에프페>(AFP) 통신은 수류탄 3발을 투척하고 라이플과 리볼버 권총을 난사한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르디네 암라니(33)가 애초 13일 성범죄 혐의와 관련해 경찰서에 출석하기로 돼있었다고 보도했다. 암라니는 2008년 총기단속법 위반과 마리화나 소지죄로 징역 58개월을 선고받고 복역하다 지난해 10월 가석방된 상태였다. 적발 당시 그는 로켓 발사대와 에이케이(AK)47 소총 등의 총기, 9000여점의 총기 부품을 지닌 ‘총기 마니아’였다. 암라니가 범행 전 아내의 계좌로 돈을 부치면서 “사랑한다. 행운을 빈다”는 메시지를 보냈다는 보도도 나왔다. 모로코계인 암라니는 청소년 시절부터 자주 범죄를 저질러왔다.

14일에는 범인의 집에 딸린 창고에서 45살 여성의 주검이 발견됐다. 이 여성은 암라니의 이웃에 청소일을 하러 왔다가 그한테 살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발생한 이탈리아 피렌체 총기 난사는 ‘인종 범죄’ 냄새가 짙어 또다른 차원의 경각심을 불러일으킨다. 이탈리아 <라이> 방송은 아프리카 세네갈 출신 노점상 3명을 살해하고 3명에게 상처를 입힌 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잔루카 카세리(50)라는 남성이 극우 집회에 참석해온 인물이라고 보도했다. 지난달 정신이상 판정을 받은 노르웨이 총기난사범 브레이비크는 인종주의와 반이슬람주의를 범행 동기로 밝힌 바 있다.

연이은 총기 난사는 비교적 평화로운 사회환경을 자랑해온 유럽에 비상벨을 울리고 있다. 어느덧 ‘미국형 총기 난사’가 다반사가 됐다는 진단도 나온다. 지난해 6월에는 영국에서 택시운전사가 총기를 난사해 12명이 숨졌고, 같은 해 8월에는 슬로바키아에서 외톨이로 지내던 남성이 총을 쏴 8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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