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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EU 재정통합’ 발뺀 영국에 비난 격화
프 “영국부터 신용강등해야”

등록 2011-12-16 21:11

중앙은행총재 이례적 발언
재무장관도 불만 드러내
“영국 적자, 그리스 수준”
영 언론·정치권 발끈
“프 총재가 AAA급 바보”
프랑스와 영국 정부가 상대에 대해 유력한 신용등급 강등 후보라고 손가락질하고 나섰다. 지난주 유럽 재정 건전화 방안을 둘러싸고 심화된 양국의 앙숙 관계가 경제위기에 빠진 유럽을 더 뒤숭숭하게 만드는 분위기다.

크리스티앙 누아예 프랑스 중앙은행 총재는 현지 일간 <텔레그람>의 15일치 인터뷰에서 “영국부터 신용등급을 강등시켜야 한다”며 영국의 재정 문제를 끄집어냈다. 중앙은행 총재가 이웃나라의 신용등급 강등을 부추기는 듯한 발언을 하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누아예 총재의 발언은 프랑스가 유력한 신용등급 강등 후보로 거론되는 가운데 나왔다. 그는 “신용평가사들은 빚도 많고, 물가상승률과 재정적자는 우리보다 높거나 많으며, 경제성장률도 우리보다 낮은 영국부터 신용등급을 강등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의 기초”를 따지면 최상위 신용등급인 트리플에이(AAA)에서 먼저 내려가야 하는 것은 영국이라는 주장이다.

프랑수아 바루앵 프랑스 재무장관도 이날 의회에 나와 지난주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합의된 재정통합 강화 방안에 유일하게 명시적으로 반대한 영국을 비판하면서 “역사는 (이번 일로) 영국이 주변부화됐다고 기억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영국 경제가 “상황이 아주 어려우며 적자가 그리스 수준”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고위 경제관료들의 입을 맞춘 듯한 발언은 영국이 재정적자 감시 강화를 뼈대로 한 조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한 뒤 깊어진 양국 갈등을 반영한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조약에 불참하려고 받아들일 수 없는 조건까지 내걸었다며 불만을 표출한 바 있다. 혼자만 고립될 위기에 놓인 영국은 스웨덴, 체코, 아일랜드, 덴마크 등 정상회의 합의 내용에 대해 보류 의사를 밝히거나 불만이 있을 법한 국가들을 설득해 새 조약의 힘을 빼려고 한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영국 총리실은 “우리는 부채 문제에 대한 확실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며 일단 정면 대응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간을 더 길게 보면 설전은 영국이 먼저 유발한 면도 있다. 조지 오스본 영국 재무장관은 지난달 <비비시>(BBC) 인터뷰에서 프랑스가 그리스의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고, 고든 브라운 전 총리도 프랑스가 몇주 안에 심각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영국 보수 정치인들과 매체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보수당의 데이비드 러플리 의원은 누아예 총재의 발언이 “프랑스의 엄청난 자기기만의 또다른 예”라고 말했다. <데일리텔레그래프>는 “프랑스가 설전을 개시했다”고 했고, <더선>은 “누아예, 당신이 AAA급 바보”라고 썼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영국이 80.0%, 프랑스가 81.7%로 비슷하다. 그러나 많은 경제 전문가들은 돈을 푸는 데 소극적인 유럽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아래에 있는 프랑스보다 영국이 위기에 대처하는 데 유리하다고 보고 있다. 이본영 기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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