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직자들, 수십년간 ‘청소년 성학대’…조사위 “책임자들, 알고도 은폐”
네덜란드 가톨릭 교회에서 수십년 동안 수만명에 이르는 청소년이 성학대를 당했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16일 네덜란드의 가톨릭 성학대 조사위원회가 1945년부터 지금까지 적어도 수만명의 청소년이 “미약한 정도부터 매우 심각한 정도까지 (성직자들의) 성적 행동에 노출돼 왔다”고 발표했다고 전했다. 조사위원회는 800명의 가해 성직자들을 확인했고, 그중 105명은 여전히 생존해 있다고 밝혔다. 또 교회 내부 감독기관과 고위 성직자들이 이런 성학대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적절하게 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지난해 유럽 전역에서 가톨릭 사제들의 아동 성학대 문제가 불거지자 네덜란드 교회는 이 문제를 조사할 중립적 위원회를 만들었고, 심리학자와 법조인 등 전문가로 구성된 조사위는 지난해 8월부터 1800여건의 탄원서에 기초해 조사를 벌인 끝에 이날 1100쪽 분량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위는 현재 나이가 40대 이상인 3만4000여명을 상대로 조사를 벌인 결과 당시 네덜란드 어린이 10명 중 한명꼴로 교회 관계자들로부터 성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가톨릭 교회가 운영하는 학교나 고아원 등에서 지낸 사람으로 한정하면 그 비율은 2배인 20%로 치솟는다. 조사위는 결과적으로 성학대를 받은 사람이 1만~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조사위원장을 맡은 전 교육부 장관 빔 데이트만은 기자회견에서 “이런 문제를 책임자들이 알고 있었고 성학대 사건을 취급하는 내규까지 마련돼 있었다”며 “교회 내의 ‘침묵의 문화’가 사태를 오랫동안 은폐하고 키워왔다”고 비판했다.
이미 지난달 피해자로 확인된 사람에게 5000~10만유로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한 가톨릭 교회는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밝혔다. 대주교인 위트레흐트 빔 에이크는 이 결과보고서가 “우리를 부끄러움과 슬픔에 빠지게 만든다”며 “피해자들에게 무한한 동정심을 느끼며 진심으로 사죄를 구한다”고 말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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