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체스코 스케티노(52) 선장
크루즈선 선장 과실인정
“항로 복귀 지시 늦었다”
“항로 복귀 지시 늦었다”
지난 13일 밤 이탈리아 서해 쪽 질리오섬 연안에서 좌초한 대형 크루즈선 선장의 사고 당일과 평소의 황당한 면모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코스타 콩코르디아호의 프란체스코 스케티노(52·사진) 선장은 18일 법원 조사관에게 “항로 변경 지시가 늦었다”며 자기 과실을 인정했다고 영국 일간 <미러> 등이 현지 언론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날 이탈리아 법원은 경찰에 체포된 선장의 가택연금을 명령했다.
스케티노 선장은 조사관에게 “(사고 선박의) 전 선장 마리오 팔롬보와 전화 통화를 하던 중 그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 배를 (팔롬보가 살고 있는) 섬에 가까이 붙였다”며 사고 경위를 털어놨다. 그는 “사고해역을 서너번 다닌 적이 있어 수심을 잘 알기 때문에 (컴퓨터 시스템이 아닌) 육안에 의존해 항해하고 있었다”며 그러나 이번엔 항로 변경을 너무 늦게 지시했고 수심이 너무 얕았다. 왜 이런 사고가 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작 팔롬보 전 선장은 후임 선장을 ‘돌쇠’에 비유했다. “그는 너무 혈기방장하고 저돌적인 사람이어서 항상 염려스러웠다. 그를 진정시켜야 했던 게 한 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사고 선박에 있던 마르티노 펠레그리노 항해사는 “선장은 독재자였다. 마치 대형버스를 페라리 승용차처럼 모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날이 밝은 14일 오전 사고 현장을 벗어난 스케티노 선장을 400야드(약 365m)도 안되는 거리의 호텔까지 태웠다는 택시 기사는 “선장이 두들겨맞은 개 꼴로 ‘어디서 뽀송뽀송한 양말을 살 수 있느냐’고 물어봤다”고 말했다.
앞서 17일 이탈리아 해안경비대 잠수사들은 좌초한 선박에서 주검 5구를 추가로 인양했다고 이탈리아 뉴스통신 <안사>(ANSA)가 전했다. 이에 따라 사망자는 11명으로 늘었으며, 실종자는 28명에 이른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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