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영은행 총재 100만파운드 스톡옵션 포기
영국 국영은행인 스코틀랜드왕립은행(RBS)의 스티븐 헤스터 최고경영자(CEO)가 100만파운드(약 17억7000만원)의 보너스를 포기했다. ‘99%’ 서민들의 심기를 거스를까 우려해서다.
영국 <가디언> 등은 29일 이 은행이 “헤스터 최고경영자가 보너스로 받기로 했던 360만주의 주식을 포기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발표 뒤 국민 대다수가 긴축재정으로 고통받는 시기에 공적자금으로 연명한 은행의 총재가 거액의 보너스를 받아도 되느냐는 논란은 일단 수그러들었다.
헤스터는 2008년 10월 금융위기 와중에 공적자금이 투입된 이 은행에 부임해 책임자로 일해왔고, 올해 100만파운드 가치를 가진 스톡옵션을 받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정부가 82%의 지분을 보유한 이 은행의 보너스 지급 관행에 대한 논란이 일었고, 특히 노동당 당수인 에드 밀리밴드가 보너스 지급을 의회 표결에 부치겠다고 선언한 것이 결정타로 작용했다.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올해 보너스는 지난해의 절반에 지나지 않는다”며 헤스터를 거들었지만 도움이 되지 않았다. 이 은행의 회장인 필립 햄프턴은 발빠르게 지난 주말 140만파운드(24억7000만원)에 대해 보너스 포기 선언을 했다.
지난해 가을부터 금융권의 탐욕과 독식을 비판하는 ‘점령 시위’가 전세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지면서, 여론의 압력에 밀린 당국은 고위직의 보수체계 개혁을 검토하는 등 규제 움직임에 나서고 있다. 하지만 최근 골드만삭스가 올해 122억달러(13조8000억원)의 보너스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히는 등 스코틀랜드왕립은행을 제외한 다른 은행들의 자율적인 규제 움직임은 거의 없는 상태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