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파이터 따돌리고
110억달러 계약 낙점
‘수출 0건’ 치욕 털어내
재선길 사르코지 호재
110억달러 계약 낙점
‘수출 0건’ 치욕 털어내
재선길 사르코지 호재
인도가 차세대 전투기로 프랑스 다소의 라팔(사진)을 낙점했다. 그동안 수출길을 뚫지 못해 생산 중단설까지 나오던 라팔은, 126대나 되는 역사상 가장 큰 단일 무기계약 중 하나인 이번 건의 수주로 활로를 찾았다.
<아에프페>(AFP) 통신 등은 1일 라팔이 최종 경합자인 유럽항공방위우주산업(EADS)의 유로파이터를 제치고 인도 차세대 전투기의 최종 후보로 낙점됐다고 보도했다. 3월까지 계속될 것으로 보이는 협상이 성공적으로 완료되면, 우선 올해 안에 18대가 납품되고 나머지 108대는 순차적으로 인도 안에서 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도 차세대 전투기 사업 경합에는 미국 록히드마틴 F-16, 보잉 F/A-18, 스웨덴 사브 그리펜, 러시아의 미그-35 등이 뛰어들었으나, 지난해 유로파이터와 라팔로 후보가 좁혀졌다. 중국의 커져가는 군사적 영향력에 맞서 다목적 임무를 수행할 기기를 찾던 인도는 라팔이 최적의 성능을 보인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랑스 전투기인 미라주를 주력으로 사용하고 있는 인도가 프랑스 기체를 더 선호했다는 분석도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라팔의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매력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미 <블룸버그> 통신은 전했다. 이 통신은 이번 계약이 110억달러 규모라고 전했는데, 산술적으로 나누면 기체와 소프트웨어, 교체 부품 등을 모두 포함한 대당 가격은 980억원 정도 되는 셈이다. 유로파이터는 가격이 15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이메일 성명에서 “라팔은 기체의 뛰어난 가격 효율성 덕분에 경쟁에서 이길 수 있었다”고 자랑하며 이 분석을 거들었다.
이로써 개발에 60조원이나 들었지만 국외 수출을 단 한대도 성사시키지 못해 단종설까지 나오던 라팔은 생명을 연장하게 됐다. 라팔은 한국, 싱가포르, 모로코, 스위스의 차세대 전투기 수주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고, 브라질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는 최종 후보에 선정됐으나 두 나라 모두 사업을 원점부터 다시 추진하는 바람에 후보자 중의 하나로 밀려난 상태다. 다소의 주식은 수주 소식이 전해진 이날 18%나 급등했고, 관련주들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가장 큰 ‘수혜주’는 사르코지 대통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영국 <파이낸셜 타임스>는 내다봤다. 4월 대선을 앞두고 인기 하락세를 반전시킬 묘수를 찾던 사르코지는 이번 계약이 “좋은 제품이 있다면 얼마든지 엄청난 경쟁시장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프랑스 경제에 대한 자신감이 돌아왔다”고 기세를 높였다. 반면 유로파이터 수주에 총력전을 벌였던 영국의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에게는 뼈아픈 일격이 됐다고 영국 <비비시>(BBC)는 전했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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