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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유럽

러시아 학자가 본 ‘차르의 귀환’

등록 2012-02-10 22:10수정 2012-02-17 13:38

바딤 카푸스트킨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
바딤 카푸스트킨 (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
[토요판] 커버스토리
푸틴은 왜 ‘한번 더’를 외치는가
블라디미르 푸틴은 새천년을 하루 앞둔 1991년 12월31일, 러시아의 첫번째 대통령 보리스 옐친의 예상치 않은 사임으로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게 됐다. 그리고 석달 뒤인 2000년 3월26일, 대선 1차 투표에서 대통령에 당선됐다. 4년 뒤인 2004년 3월14일 치러진 대선에서도 역시 1차 투표에서 대통령에 재선됐다. 대통령 임기 기간 동안 그에 대한 지지율은 최대 87%에 이르렀다.

푸틴의 이런 높은 인기의 배경엔 무엇이 있을까. 그는 전임자인 옐친과는 달랐다. 젊고(첫 대통령 당선 당시 48살) 건강했으며 결코 술취한 모습으로 대중 앞에 나타나지 않았다. 높은 교육 수준, 외국어에 능통하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었다. 그의 재임 기간 동안 이전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졌고 삶의 질이 향상됐다는 것도 한몫했으며, 옛소련의 해체 이후 처음으로 러시아가 국제 무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는 자부심도 영향을 끼쳤다. 이 때문에 푸틴이 2008년 대통령 자리에서 물러나기 전부터 일부 지지자들은 2번 연임 이상을 할 수 없도록 한 헌법을 고쳐서라도 푸틴을 3선 대통령으로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나왔을 정도다. 푸틴은 헌법을 고치진 않았다. 하지만 푸틴이 총리직 4년을 한 뒤, 2012년 다시 한 번 대통령에 나설 것이라는 건 거의 확실시 됐다.

러시아인들이 지금 푸틴의 크레믈 복귀를 원하는 이유는 2000~2008년 그가 인기 있었던 이유들과 거의 흡사하다. 그는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현 대통령은 물론 겐나디 주가노프(공산당)와 세르게이 미로노프(정의러시아당),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자유민주당), 그리고리 야블린스키(야블로코당), 미하일 프로호로프(올바른 일) 등 자신의 주요 경쟁자들보다 훨씬 강력한 카리스마를 자랑하고 있다. 군용 전투기를 몰고 스킨스쿠버, 활강 스키를 즐기는 모습에서 드러난 그의 강인한 이미지에 러시아인들은 환호하고 있다. 푸틴의 이런 모습은 특히 여성들에게서 인기가 좋다.

운이 좋았던 것도 사실이다. 푸틴의 대통령 재임기 국제 유가는 배럴당 10달러에서 100달러 이상까지 뛰어오르는 등 국제 통상 환경이 러시아에게 우호적이었다. 덕분에 주요 경제지표들도 호전됐다. 국내총생산(GDP)은 6배나 늘었고, 80달러 수준이었던 평균 월급도 640달러까지 올랐다. 하지만 푸틴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직후 국제유가는 급락했고, 러시아 경제는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전세계적인 경제 위기의 여파 때문에 벌어진 일인데도, ‘푸틴이 있어야 나라 경제가 좋아진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푸틴의 3선 도전을 어떻게 봐야 할까. 판단이 쉽지 않은 문제다. 러시아 국가 지도자로서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강한 신념, 여기에 국가보안위원회(KGB) 경험에서 비롯된 자기 의사대로 모든 일을 처리하려는 성향이 합쳐져 이런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싶다. 그가 ‘차르’가 되려는 건 아닌가 의혹이 생길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위에 언급했던 것처럼 그는 (자신에게 유리하게) 헌법을 개정하길 거부했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가 민주적 관점을 따르겠다는 걸 보여준 사례일 수 있다.

최근 두마선거 이후 많은 러시아인들이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공식 선거 결과가 출구조사 결과와 같지 않기 때문이다. 인터넷엔 선거 부정의 증거들이 넘쳐나고 있다. 한 예로, 선거감시단 활동을 한 상트페테르부르크대의 한 학생은 놀랍게도 5년 전에 사망한 자신의 숙모가 이미 투표한 사람 명부에 올라와 있는 걸 발견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엄청나게 터져나오는 선거 부정의 증거들로 인해 러시아 시민들은 크게 실망하고 있다. 모스크바와 상트페테르부르크 등 대도시에선 상인·관리인·지식인 등 중산층들이 대거 부정 선거 규탄 시위에 나서고 있다. 이들 대다수는 푸틴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여당인 통합러시아당이 승리해야 한다고 명령한 주범이라고 여기고 있다. 독립 감시기구들은 지난 4일 모스크바에서 열린 반정부 시위에 13만명이 참석한 걸로 집계하고 있다. 이는 푸틴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조사된 바에 따르면, 푸틴을 ‘2011년의 정치인’으로 여긴다고 응답한 비율은 39%에 불과했다. 지난해는 그 수치가 55%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푸틴은 여전히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있는 정치인이다. 시위가 계속되고, 불만의 수위가 높아져가고 있지만, 3월4일 대선에서 푸틴의 당선은 따놓은 당상인 것으로 보인다. 바딤 카푸스트킨(상트페테르부르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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