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 뻥튀기설 이어 ‘12개월 내 암살’ 내부문서 유출
교황청도 존재 사실 인정…2인자 권력투쟁서 비롯
교황청도 존재 사실 인정…2인자 권력투쟁서 비롯
‘바티칸은행은 돈세탁을 일삼고, 교황의 오른팔을 둘러싼 권력암투는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교황은 12개월 내에 암살될 가능성이 있다.’
음모론자들이 좋아할 소설의 내용이 아니다. 최근 잇따라 유출되고 있는 기밀문서들에 나와있는, 현재 바티칸에서 실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가톨릭 성지 바티칸이 내부 문서 유출 스캔들로 법석을 벌이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이탈리아 언론들이 경쟁적으로 보도하기 시작한 이 내부 문서들은 바티칸 내부의 심각한 부패 문제에서부터 교황의 암살설까지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어 바티칸을 뿌리부터 뒤흔들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13일 전했다.
소동의 시작은 지난달 말 이탈리아 방송 <라세테>(La7)가 보도한 카를로 마리아 비가노 대주교의 편지였다. 바티칸 시국 행정처장이었던 그가 교황 베네딕토 16세 등에 보낸 편지에는 바티칸 시국 내의 예산이 가격을 뻥튀기하는 방식으로 수백만유로 이상 낭비되고 있으며, 이는 고위성직자들의 부패와 연관돼 있다고 써있다. 그는 어떤 이유에서인지 2014년까지의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지난해 가을 워싱턴 바티칸 대사로 자리를 옮겼다. 바티칸은 즉각 비가노 대주교의 주장이 잘못된 계산법에 의거한 것이라며 해명했다.
논란이 계속되는 와중에 지난 10일에는 교황 암살 가능성을 경고한 내부 문서도 흘러나왔다. 이탈리아 일간지 <일 파토 쿼티디아노>가 지난해 12월30일자로 작성된 교황청 기밀문서를 인용해 베네딕토 16세에 대한 암살 음모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 기밀문서는 은퇴한 콜롬비아 추기경 다리오 카스트리욘 오요스가 보낸 것으로 알려졌으며, 12개월 내에 교황이 암살될 음모가 진행되고 있다고 경고하는 내용으로 돼 있다. 오요스 추기경은 즉각 이 보도를 부인했다.
이 밖에도 바티칸 내부에서 바티칸은행이 돈세탁을 금지하는 법안을 무력화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비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는 문서도 등장했다. 바티칸은행은 지난 2010년 돈세탁 시도가 유럽 금융당국에 적발된 뒤 정밀조사를 받고 있는 상태다.
교황청도 이 문서들이 진짜 바티칸 내부문서라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하고 있다. 바티칸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바티칸 공식라디오에 발표한 성명서에서 “바티칸은 현재 위키리크스 같은 문서유출이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고 <아에프페>(AFP) 통신이 14일 전했다. 그는 성명서에서 “내부 문서가 불충한 방법으로 외부로 빠져나가고 있는 것이 슬프다”고 덧붙였다.
<로이터> 통신은 익명을 요구한 바티칸 고위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 사건은 현재 극한으로 치닫고 있는 내부 권력투쟁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현재 교황청 2인자이자 베네딕토 16세의 ‘오른팔’로 꼽히는 타르치시오 베르토네 국무원장에 반발하는, 전 국무원장 안젤로 소다노 추기경 일파의 소행이라는 것이다. 베르토네 원장은 보통 풍부한 경험을 가진 외교관들이 역대로 맡아오던 이 자리를 ‘낙하산’처럼 꿰찼고, 자신들이 바티칸의 실제 주인이라고 생각하는 소다노 일파의 심기를 거슬렸다는 것이다.
이형섭 기자 sublee@hani.co.kr <한겨레 인기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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